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원주를 떠나고 싶다는 주부의 외침이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달 30일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한 말이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민병희 도교육감을 만난 육아 커뮤니티인 '토닥토닥원주맘' 회원들도 동일한 주문을 했다. 사립유치원까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유·초·중·고교별 미세먼지 수치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원주의 미세먼지 '악명'은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3년간 미세먼지(PM-10) 평균농도는 57㎍/㎥였다. 전국 지자체 중 7번째로 오염도가 높았다. WHO 권고기준(20㎍/㎥)의 약 3배에 달한다.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는 전북 익산에 이어 원주가 2번째로 높았다. 원주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35㎍/㎥로, 전국 평균인 26㎍/㎥을 훌쩍 웃돌았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로 통한다.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조기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의료계는 경고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주는 오존(O3) 오염도도 높다. 지난 2015년 중앙동 측정소의 오존 오염도는 최대 0.117ppm을 기록했다. 한국 기준치인 8시간/0.06ppm을 크게 웃돈다. 전국 측정소 256개 중에서는 19번째로 높았다.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천식이 악화되고, 폐활량이 감소할 수 있다. 최근 학부모들이 앞장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내 아이에게만은 오염된 원주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난 8월 원주시는 미세먼지 중장기 종합대책을 내놨다. 경유차 조기폐차, 전기자동차 보급, 도시가스 공급 확대 등이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미세먼지는 35%, 초미세먼지는 3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전면에 나선 건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인 및 분석이 전무한 상황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졸속행정이란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도 2022년까지 미세먼지 30% 감축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원주시의 한계는 인정한다. 그러나 원주는 미세먼지 오염도가 각별히 심하다. 서울보다 높은 현실을 시민들은 인정할 수 없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태백산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태백산맥 고도가 대기흐름을 막아 미세먼지가 원주에 정체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거기에 걸 맞는 '원주형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원주시 역량으로 부족하다면 중앙정부에 적극 요구해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이사 올 때는 쾌적한 환경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보다 공기가 오염돼 있다면 원주로 이사 오고 싶겠는가. 원주시는 대한민국 대표 건강도시를 표방한다. 구호에 그칠 게 아니라 건강도시에 어울리는 조속한 정책 수립을 촉구한다. 쾌적한 대기환경은 최소한의 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