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무를 부여받은 '대중교통이용촉진 및 편의증진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원주에서 시내버스가 운행된 이래 사실상의 전면 개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차대한 사안이다 보니 위원회도 섣부른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고,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수용되면서 지금의 뺑뺑이 노선이 만들어졌으니 아이러니하다. 너도나도 우리 집 앞에 버스 승강장 신설을 요구했고, 목적지까지 노선을 확대하도록 요구한 결과 지금의 기형적 노선이 생겼다. 여기에는 지역 정치인들도 한 몫 했다. 지역주민 민원을 받든다는 명목으로 원주시에 노선 확대를 요구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택지가 개발될 때마다 노선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시내버스를 증차하지 않고 노선을 확대한 결과이다. 시내버스를 타는 것 보다 걸어가는 게 빠르다는 조롱은 이렇게 탄생했다.
 

 원주시는 전문기관에 노선 개편 용역을 의뢰해 2015년 7월 결과물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권역별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시의 추진체계가 형식적이었다고 원주시도 시인하고 있다. 행정절차를 이행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주민설명회였다는 것이다. 당시 전문기관에서 제시한 개편안에 대해서도 지금의 원주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시로부터 3년 넘게 지난 이유도 있지만 지역 여건 및 운수회사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개편안이라는 것이다. 2015년 7월은 태창운수가 경영악화로 인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시기여서 원주시는 표면적으로 태창운수 문제를 노선 개편의 걸림돌로 적시했다. 하지만 당시 노선 개편을 시도했어도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지금의 원주시 입장이다. 그 사이에 상당한 행정력 및 예산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원주시나 지금의 원주시나 할 말은 없다.
 

 위원회는 현재 백지 상태에서 노선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 위원회가 개최됐지만 난상토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용자인 시민, 운수회사, 시민단체, 원주시가 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의견 합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도 난제로 꼽는 노선 개편이기에 위원회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점점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를 증차하지 않고 노선을 개편하려면 환승횟수가 늘어나야 한다. 환승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익숙해지면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낯선 경험을 제도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면 일정기간 불편을 감수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면 노선 개편은 성공한 것이다. 한쪽 노선의 운행횟수가 많아지면 다른 쪽 노선은 운행횟수가 줄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우선 시행 후 보완하는 게 지금으로선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