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부터 했으니까 50년이 다 돼 가네요. 하루하루 그냥 열심히 살았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요."
전통청국장 제조법을 고집해 온 원난식(71) 광터식품 대표에게 청국장은 '삶'이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다 보니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도 생겼고, 친정 엄마가 끓여주는 것 같은 정겨운 청국장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친정 엄마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조금씩 청국장을 만들어 시내에 내다 팔던 것을 보며 자랐던 원 대표.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조금이라도 어려운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어머니께 전통 청국장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무쇠 솥에 10시간씩 콩을 삶고 따뜻한 방에서 2~3일씩 발효시켰다.

 방부제를 넣지 않고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몸은 힘들었지만 단 한 번도 전통제조법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옛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새벽5시부터 밤11시까지 쉴 새 없이 청국장을 만들었다. 직원은 동네 사람이다.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청국장을 포장하기 위해 원 대표 공장에서 손발을 맞췄다.
 

 "그만두고 싶었을 때? 왜 없었겠어요. 남편이 청국장을 시장에 갖다 주고 오다가 교통사고 나서 세상을 떴어요. 그때 안하려고 마음먹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찾는 사람도 많고 나도 청국장 만들 때가 제일 행복했더라고요. 그래서 못 접었죠."
 

 주문이 많을 때는 새벽 4시부터 걸려오는 주문 전화를 받고 하루아침을 시작했던 원 대표. 그냥 청국장이 좋아서 만들어 파는 것이어서 사업으로 할 생각을 못했는데 무허가식품이라는 신고가 원주시에 접수돼 2001년 생각지도 않게 사업자등록을 했다. 이후 2003년 원주여성기업인연합회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시스템을 갖춰갔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분말청국장을 만들고 막장, 고추장도 담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무쇠 솥 청국장'이라는 브랜드로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유통되고 있다. 원주지역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당도 원 대표가 만든 청국장을 사용하고 부산, 인천 등지에서도 찾고 있다. 더 좋은 국산 콩을 사용하기 위해 직접 3천300㎥ 밭에 농사를 짓기도 했다.
 

 "콩에 들어있는 사포닌이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약하게 하고 청국장에 포함된 비타민B2는 당뇨병 예방에 탁월하죠.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간 기능도 좋게 하고 노화방지, 빈혈에도 효과가 좋아요"라며 청국장 애찬론을 펼치는 원 대표는 "자동화 시설로 대량생산되는 저렴한 청국장이 많지만 그래도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 청국장 맛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다리가 안 좋아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몸이 아픈 것보다 청국장 만드는 일이 더 걱정이라는 원 대표. 청국장으로 1남 2녀의 자식들 공부를 시켰고, 자신도 행복했었기에 누군가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막내딸이 이어갔으면 좋겠는데 딸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혼잣말을 하는 원 대표는 "아무리 신기술이 개발돼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만큼 맛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의 맛을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평생을 살아온 원 대표의 '무쇠 솥 청국장'은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고향이기도 하다. 
 

 ※시민기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