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사회적 범위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마을의 범위는 중요하지 않다.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공간적 범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가 붕괴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좁은 땅덩어리에서 높게 더 높게 짓고 있는 '아파트 마천루'는 마을공동체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살든 내 삶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마을공동체의 붕괴는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타인의 삶은 철저하게 외부적 존재로서 관계맺음을 단절하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는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원주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된 건 2016년 7월이었다.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은 그 이전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조례가 제정된 지 1년6개월 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마을공동체 개념이 무르익지 않은 탓이다. 막연하다는 이유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얘기도 들렸다. 마을공동체 내지는 주민자치에 관해 전혀 학습되지 않은 결과였다. 마을공동체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가 시대 흐름에 따라 사라진 문화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 시행된 농촌 살리기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 농촌 중심지 활성화사업 등으로 진화하며 2∼3개 리 단위 마을에 수십억 원씩 투입되고 있다. 현재 원주에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은 9개소에 380억 원, 농촌 중심지 활성화사업은 4개면에 300억 원이 투입된다. 이들 사업을 새롭게 준비하는 마을도 4곳이나 된다.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공모사업 도전 및 진행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을리더가 있었고, 마을리더의 지휘를 주민들이 존중해 따르면서 고착화된 농촌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도시지역은 자연스런 발전의 그늘에 기댄 경향이 뚜렷했다. 땅이나 건물을 가진 사람들은 도시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를 거머쥐었다. 그러한 부는 세습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빈부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은 생색내기에 그칠 우려가 제기된다.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지역, 도심 낙후지역, 재개발 예정지역, 아파트 등 타깃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평가 잣대 및 사업비 균등배분은 사업 취지를 곡해할 우려를 낳는다.
 

 특히 마을리더 양성 및 사업 컨설팅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인재 풀이 적기 때문이다.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정교한 세팅이 이뤄져야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은 따듯한 마을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마음이 따듯한 마을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우리의 이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