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6일은 필자에게 유독 인상 깊은 날이었다. 중앙에서 원주 혁신도시로 내려오기로 한 13개 공공 기관이 차일피일 이전을 미루고 있어 원주시민들이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 한창 고조되었을 때 필자가 사장으로 재직하던 대한석탄공사가 12개 기관 중 처음으로 반곡동 혁신도시에서 기공식을 가진 날이었다. 치악산 아래 반곡역 뒷골 마을이 고향인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공식을 가졌고, 그렇게 공공기관 이전은 시작되어 12개 공공기관이 이제 모두 혁신도시에 안착되었다.
 

 필자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재직시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였다.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재  채용을 위한 혁신도시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원을 받아 원주보듬이어린이집을 건립하는데 일조하였고, 원주 구도심과 혁신도시를 연결시킬 서부권 진입도로 건설비를 LH에서 부담하도록 원주시와 LH 간 협의를 중재하여 성사시켰다. 또한 LH혁신도시홍보관을 원주시에 이전토록 하여 혁신도시 부지 조성 시 발굴된 선사시대 유물 1천 여점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동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버들초등학교 개교를 1년 앞당기도록 했다.
 

 혁신도시에 대한 원주시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혁신도시가 완성되면 100여 만평의 부지에 3만 명이 거주하는 명품도시가 건설되기 때문이다. 이 혁신도시를 통해 원주시민 고용증가와 부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하던가? 27층에 달하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많은 아파트가 건설되고 길도 잘 닦아져서 신도시 모습을 갖췄으나 많은 빌딩이 임차인을 찾을 수 없어 텅텅 비어 있고 일찍 들어온 상가들은 고객이 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적지 않은 상가가 폐업하고 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북적거려야 할 주말은 주중보다 더 썰렁하기만 하다. 그래서 "유령의 도시에 유령도 없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이 원주로 이전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의 교육문제인 듯하다. 학생들은 시내로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버스노선이 불편하여 시내에 가기가 힘들고 문화시설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해 섬에서 사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원주시민들 또한 혁신도시를 외딴 섬처럼 여기며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 외화내빈의 혁신도시를 어떻게 활성화해야 할 것인가? 우선 혁신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버스노선을 확장하여 원주역과 버스터미널을 직접 운행하는 버스노선을 신설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원주시 구 도심권과 혁신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주시민들이 이 지역을 많이 방문하도록 유인책을 만들어 운영하여야 한다. 지금 원주시에서 개최되는 많은 행사를 혁신도시에서 개최해 많은 원주시민들이 친밀감을 갖고 자주 방문해 상권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수년 내 폐선되는 중앙선 반곡역을 관광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토록 하고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이 원주에 정착하도록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도시 및 상권의 활성화가 자연적이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인위적 노력이 가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원주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중앙정부도 혁신도시가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