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서로돕기-천사운동은 원주시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이다. 원주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의 결정체인 것이다. 덕분에 500세대 넘는 차상위계층에게 매월 13만원씩 지원되고 있다. 타 지자체에는 없는, 원주시만의 특화된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시민서로돕기운동으로 시작됐으니 올해로 15년째 온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취지는 소시민 여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을 돕자는 것이었다. 소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야 뻔하니 소액을 기부하되 많은 시민이 동참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였다. 1구좌를 1,004원으로 정하고, 천사운동으로 이름 붙인 건 이 때문이다. 한 달에 1,004원을 내는 캠페인이라면 초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천사운동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시민들이 낸 기부금보다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된 지원금이 많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4년 새 후원자는 약 3만 명, 후원금은 1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후원자 수는 연인원으로 약 9만3천명이었고, 후원금은 8억2천400만원이었다. 후원자 연인원이 10만 명 밑으로 하락한 건 근자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도 원주에서 아파트를 신축하는 건설사 등에서 고액의 기부금을 낸 덕분에 체면치레는 하고 있는 셈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계속되는 건 천사운동 통장 잔액이 21억 원 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자 운영이 계속된다면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법에서 정한 지원금은 아니지만 지원이 중단된다면 차상위계층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복지는 되돌릴 성질이 아닌 것이다.
 

 천사운동 뿐만 아니라 '∼사모(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실종되고 있다. 봉사모, 이사모, 태사랑, 신사랑, 백운산한우리, 개운동 민간사회안전망 등은 시민서로돕기운동이 시작될 당시 출범했다. 읍면동마다 자발적으로 '∼사모'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 집수리 봉사 등 특화된 이웃돕기를 실천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부 단체만 명맥이 남아있을 뿐 대부분 사라졌다. 천사운동과 더불어 이웃돕기 문화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이웃돕기 문화의 실종은 비단 원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타 지자체에 비해 원주에선 선진적인 이웃돕기 문화가 전개됐다는 점에서 시대 탓을 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이웃돕기 문화의 실종은 공동체 문화의 붕괴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웃 간 각박한데,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세대는 어떻겠는가. 천사운동은 전적으로 원주시의 의지에 달려있다.
 

 다소 무리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이젠 천사운동에 거센 드라이브를 걸어야 제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다. 지금처럼 행사장에서 홍보활동을 한다고 해서 회복되진 않는다. 관급공사 수주업체를 목 조르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달에 1,004원을 내는 개미천사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 발굴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