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효정·조수정 강사, 최종우·박경호·안광자·김길자·김혜숙 씨. 전순기·송옥영·박용은 씨는 다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요즘 지역 내 어르신들의 인생을 책으로 남기기 위한 '어르신 자서전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내 인생, 우리의 역사'를 주제로 진행되는 수업은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해 후손과 지역 사회가 공유하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이 수업에는 박경호·김혜숙(61) 씨 등 60대부터 팔순을 앞둔 전순기(78) 씨까지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밤 원주영상미디어센터 강의실에 모여 자신들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또 다른 미래를 설계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수업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일기, 젊은 시절의 사진, 주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카드 등 자서전 쓰기에 활용할 자료를 모으고 이를 통해 각자에게 어울리는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이었다.

이후 그동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서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주제, 서술방식, 분량 등을 생각한 후 구체적인 집필까지 마친 지금은 각자의 자서전을 하나로 묶어 편집하고 디자인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수업에 참여한 안광자(71) 씨는 유년시절 부산 피난민 생활부터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까지 자신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각 사건들을 자신의 인생에 대입해 자서전을 집필 중이기 때문이다.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화장품 방판부터 건어물 판매, 부대 내 매점 운영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그녀는 "그래도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원주에 정착한 뒤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교통방송 DJ로 활동 중인 박경호(61) 씨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내가 몰랐던 내 이면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자서전에 활용할 자료를 찾던 중 옛 일기장을 발견하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자신이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박 씨는 "내 삶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자서전 출판을 앞 둔 최근에는 개별 집필가들의 프로필, 표지 사진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출판기념회 당일 낭독회 현장에서 상영될 각자의 자서전을 소개하는 영상 촬영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들은 마지막 수업인 오는 29일 수료식과 함께 자신들의 원고를 직접 낭독하고 발표하는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수업을 진행하는 조수정(매거진 모두 편집장) 강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지날 날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힘을 드리고 후손들에게는 자서전을 통해 우리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다"며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고려해 형식이나 분량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내용으로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했는데 참가자 모두 열의가 높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이번 수업을 통해 완성된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 지역 곳곳에 비치해 지역의 자산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변혜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은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어르신 미디어' 공모사업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원주시에 제안해 수업을 확대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원주 곳곳의 도서관마다 한쪽 코너를 원주 어르신들의 자서전으로 가득 채울 그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