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차 전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기념식. 이선경 대표로부터 소녀상 닥종이인형을 받아 든 길원옥 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 뒤쪽으로 이날 성금을 전달한 류지우·원지윤 양이 보인다.

"너 참 예쁘다… 기억해줘서 고맙습니다" 소녀상 닥종이인형을 받아 든 길원옥(90) 할머니가 활짝 웃었다. 하지만 이내 눈 주위는 촉촉이 젖어들었다.

'제5차 전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원주시민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시민모금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조형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는 원주의 시민들이 원주한지로 만든 소녀상 닥종이인형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에게 전달하는 순서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날 전달된 소녀상 닥종이인형은 한지공예가 문유미 작가의 작품이다. 원주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작가가 할머니들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 흰 저고리에 연분홍색 치마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의 소녀상은 그 모습 자체로도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로부터 소녀상을 받아 든 길 할머니도 한참을 들여다보며 연신 "참 예쁘다"며 고마워했다.

이 자리에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 이들은 원주의 어린 여고생들이었다. 지난 12일 원주평화의 소녀상 청소년지킴이단으로 위촉된 류지우 양과 원지윤 양이 그 주인공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모은 성금 100만원을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이날 전달한 성금은 두 소녀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에코백과 물통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련했다. 학생 신분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도움 될 수 있는 역할을 찾다가 캐나다에 유학 중인 원 양이 방학을 맞아 귀국한 두 달 전부터 준비한 일이다.

▲ 문유미 작가가 제작해 길원옥 할머니에게 전달한 소녀상.

지난 12일 '제2회 원주평화의 소녀상 시민문화제' 현장과 SNS 등을 통해 판매를 시작하자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성금을 전달한 14일 '제5차 전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식에서도 많은 참석자들이 소녀들의 따뜻한 마음에 응원을 보냈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소녀는 2년 전 원주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재능기부 축하연주를 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때부터 인터넷과 서적 등을 뒤져가며 관련 자료를 찾았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일제강점기 참혹했던 역사에 대해서도, 위안부 기림일이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도 이 당시 알게 된 사실이다.

류지우(민족사관학교 1학년) 양은 "처음에는 단순히 더 많은 성금을 모을 생각만 했었지만  청소년지킴이단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더 깊이 알게됐다"며 "원주지역 연합동아리인 '행동하는 양심'과 교내 동아리 '못다 핀 꽃' 등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 앞으로 할머니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월이면 방학이 끝나 캐나다로 돌아가야 하는 원지윤(캐나다 브랭섬 홀 12학년) 양은 "캐나다로 돌아가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모르는 현지 외국인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 11일 폐막한 강릉 전시까지 13회에 걸쳐 진행된 원주한지로 만든 '소녀상 닥종이인형 순회전'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 그동안 전시장에서 판매된 엽서판매 수익금 100만원을 정의의 기억재단에 기부한 한지문화연대는 서울시청과 제주도, 청와대사랑채, 순창 및 전북 전시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