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천사지 치미. 지난 2013년 부서진 채 25개 파편 상태로 발굴된 치미 조각(왼쪽

25개 파편으로 흩어져 발견된 법천사지 장식기와가 제 모습을 되찾았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원주시, (재)강원고고문화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법전사지 치미 복원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초부터 복원작업에 나서 8개월 만에 원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치미는 전통 목조건축에서 용마루의 양 끝에 높게 부착하던 장식기와로 '길상(행복 또는 기쁨)'과 '벽사(사악을 물리침)'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법천사지 치미는 지난 2013년 법천사지 제8차 발굴조사 과정에서 중심사역 남쪽 마당 부근에서 부서진 채 25개 파편 상태로 발굴됐었다.

복원된 치미는 높이 120㎝, 무게 121㎏(추정무게 140㎏)으로 그동안 도내에서 발견된 치미 중 가장 크다. 특히 현재까지 알려진 치미들과는 달리 좌우 10개씩의 깃 부분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것이 특징이며, 허리 중심부로 반구형 장식이 부착돼 있다. 

▲ 최근 복원된 치미

또한 몸통 위·아래에 우물 정(井)자 모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치미를 굽기 전 진흙을 성형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작자의 지문 흔적과 위·아래를 가는 선으로 절단해 분리한 흔적도 확인됐다.

국립춘천박물관에 따르면 깃 부분이 뾰족한 치미는 현재까지 알려진 유사 사례가 없는 매우 희귀한 자료다. 제작 시기는 나말여초로 짐작되지만 그보다 이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국립춘천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신라 경주나 백제 부여 등지에서 출토된 치미의 경우 화려하고 정형화된 모습인데 비해 법천사지 치미는 비교적 자유로운 예술적 감각이 가미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미경과 X선 촬영, 정밀 3D 스캔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법천사지 치미의 제작 방식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수 원주시 문화재담당도 "치미는 보통 경주나 부여, 공주 등 신라와 백제시대 도읍지 주변 대형사찰에서만 발견됐다"며 "법천사지에서 발굴된 치미의 규모로 볼 때 법천사지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와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은 10월 23일 치미의 복원 내용이 담긴 '법천사지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립춘천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개편이 완료되는 10월 31일 법천사지 치미를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