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실버영화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낯설고 복잡한 서울거리는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어렵게 찾아온 낙원상가 건물을 코 앞에 두고도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 헤매던 중 무리지어 가시는 어르신들을 쫒아 올라가니 영화관이다.

 지난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유일하게 남은 아카데미 극장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하자"고 했으나 전혀 사업의 진척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과거 영화관을 변모시켜 성공했다는 곳을 무턱대고 찾아갔다.
　

▲ ◇극장 로비에서 대기 중인 노인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실버영화관은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55세 이상 관람비용은 2천원, 365일 연중 무휴다. 중장년 세대에게 추억이 깃든 고전 영화를 하루 4~5회 상영하는데 300석 좌석이 꽉 차, 하루 800~1천500명씩 몰려드는 관객도 어르신, 매표를 하시는 분도 검표를 하시는 분도 어르신이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대표이사분도 어르신이다.
　

 실제 이곳을 오픈한 사람은 40대의 김은주 대표이다. 허리우드는 60년대 낙원상가 건물 4층에서 개관하여 90년대까지 대한극장, 서울극장, 단성사 등과 함께 서울 시내 10위 개봉관으로 명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메가박스(Mega Box),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결국 2005년에 폐관하였으나, 지금은 노인 전용 극장으로 새로이 탈바꿈하였다. 2천원 입장료만 가지고 부족한 운영비는 서울시와 SK케미칼, 유한킴벌리의 후원을 받고 있다.
　

▲ ◇옛 허리우드 극장을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는 실버영화관과 낭만극장.

 원주에도 허리우드 극장과 같은 원주극장, 시공관, 문화극장, 군인극장, 아카데미가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 원주시민들의 유일한 문화생활 공간이자, 데이트 코스였으며 공연장이었다. 이제 아카데미 극장만이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방치되어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을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건물로 생각하면 기능을 잃고 버려진 낡은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카데미 극장은 오랜 시간동안 지역사회에서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면서 형성되고 축적돼 온 역사적·사회적·문화적인 가치가 잠재되어 있다. 시대의 흔적이 담겨있는 있는 단관극장은 과거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과거의 경험을 전달해 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욱이 구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아카데미 극장은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외적으로 '문화'라는 콘텐츠를 도입해 양조장, 발전소, 공장 등 폐산업 시설을 재활용해 지역문화와 경제 활성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이 됐고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원주에 마지막 남아 있는 극장인 아카데미극장.

 지난해부터 마지막 남은 아카데미 극장을 소중한 지역의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 여기고 보존·활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아카데미로의 초대라는 행사도 이어가고, 시민기획위원도 구성하고 과거 단관극장과 관련된 이야기와 자료, 공간 활용과 관련한 의견도 모으고 있다.
　

 미군정 시절 C도로로 불리우던 지금의 평원로가 아카데미, 시공관, 원주극장, 문화극장이 이어져 있던 문화적 중심지였다는 점에 착안해 이 도로를 시네마(Cinema)의 C도로로 만들자는 청년들의 제안도 있다. 모든 영화관이 남아 있었더라면 부산영화제 보다 더 힘이 실릴만한 제안이지만 유일하게 남은 아카데미 극장조차 지키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 ◇낭만극장 김종준 대표이사(왼쪽)와 인터뷰하고 있는 용정순 의원.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을 실버영화관으로 하던 다큐전용영화관으로 하던 공연예술장으로 하던 출발은 그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공간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고 오갈 수 있도록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해 도시 재생의 거점으로서 활력소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바로 아카데미 극장의 보존으로부터 시작이다.
 글: 용정순 시의원

용정순 원주시의원  wonjutoda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