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뒤편 시유지는 원주농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산실이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작물이 총 망라돼 있었다. 복숭아, 사과, 배는 물론 벼도 품종별로 손모내기 했다. 기계화 시대에 손모내기 풍경은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농업기술센터 뒤편의 이러한 풍경이 1기였다면 2기는 도시농업으로 요약된다.

 원주시는 2010년 11억1천500만원을 투입, 도시농업 모델학습원을 조성했다. 2012년엔 5억8천만 원을 들여 도농상생교육관을 건립했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상자텃밭 보급사업도 전개했다. 도합 17억 원 가량이 도시농업에 투입됐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일이었다.
 

 현재 농업기술센터 뒤편은 당시 흔적이 일부만 남아있다. 손모내기를 하던 곳엔 농산물가공기술활용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도시농업 모델학습원이 있던 곳에는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농업종합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11억 원 넘게 투입된 도시농업 모델학습원이 조성된 지 7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원주시에서 도시농업 모델학습원을 이전 조성한다고는 하지만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라봉 나무 1그루, 파파야 나무 2그루를 심어놓은 도농상생교육관은 그나마 남아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볼거리가 없어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도시농업 모델학습원과 도농상생교육관을 건립하던 당시 원주시는 도시농업의 선도모델로 꼽혔다.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현재 원주시는 명함조차 내밀 처지가 못 된다. 벤치마킹 하던 타 지자체가 텃밭을 장려하는 등 도시농업을 선도 육성하던 시기에 원주시는 뒷걸음질 친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당사자인 농업인들이 도시농업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농산물 판매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원주시에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 했다. 적어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도시농업 모델학습원은 남겨뒀어야 했다.

 도시농업으로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세대는 극히 적다. 취미 수준으로 보는 게 맞다. 반면 도시농업 장점은 차고 넘친다. 공기 정화는 물론 도시미관 향상 및 어린 자녀에게 채소의 친숙함을 가르칠 수 있다. 더 나아가 도농복합의 특성을 활용, 도시농업으로 특화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도시농업이 지역에서 논란이 돼서는 안 된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경지면적은 줄어든다.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주역이 도시발전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농업은 도농 상생 및 농업의 근간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원주는 로컬푸드의 성지로 성장하고 있다. 농업인들과 원주시, 시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키운 덕분이다. 도시농업도 마찬가지이다. 관심이란 토양에 배려가 얹힌다면 건물 옥상과 정류장 옆 공터에서 배추와 무가 자라는 자연친화적 도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