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지역은 아파트 거래가 주춤한 모습이다. 이미지 사진

8·2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투기세력이 원주로 몰릴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정부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조합설립인가 이후 전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내려간다. 이 외에도 20개 가까운 규제가 동시에 적용돼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로 불린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수천만원씩 매매가를 조정해 아파트를 앞 다퉈 내놓고 있지만 잘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 투기세력이 지방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른바 규제 풍선효과가 원주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주는 하반기에만 6천세대 넘는 아파트 신규분양 물건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공급 수요가 많다. 

올해 말 개통되는 여주~원주 전철을 비롯해 KTX 고속철 운행 등 수도권과의 거리가 짧아져 교통망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기 때문. 지난 2011년엔 평창동계올림픽이 확정되면서 수도권 접근망이 대거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 원주는 아파트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이는 정부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세력이 개발호재가 남아 있는 원주로 이동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서울시민들이 원주 아파트를 거래한 건수는 3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부동산 관계자는 "실수요가 아닌 가수요가 아파트 시장을 지배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며 "두 세대 이상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익이겠지만 내 집 장만을 꿈꾸는 서민들,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은 오히려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원주를 중심으로 도내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6.8%를 기록,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국 평균 4.7%를 크게 웃돌았으며 앞선 5월보다 0.3p% 상승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연간 월세비용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30대 직장인 최경진(38·단구동) 씨는 "3년 전만 해도 혁신도시에서 2억 원이면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3억5천만 원 이상 부르는 곳이 많다"며 "전세에서 월세로 가려해도 월세 부담이 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