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 문화의거리 1단계 구간이 준공된 건 2008년이었다. 이후 4단계 구간까지 모두 71억5천만 원이 투입됐다. 중앙로를 문화의거리로 만든 1차적 목적은 보행환경 개선이었다. 걷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시민들을 유인함으로서 원도심을 활성화 한다는 전략이었다. 유인책으로 야외공연장을 설치했고 벤치, 분수대도 만들었다.

 차량은 새벽4시부터 오전11시까지만 출입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세금 20억 원이 투입돼 조성된 자유시장 옆 3단계 구간은 차량이 상시 다닌다. 불법주차도 일반화됐다. 인근 상점주들은 문화의거리에 파라솔을 펴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파라솔은 보행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노상적치물로서 불법이다. 이 같은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3단계 구간은 한마디로 무법천지이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원주시의회도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이 빚어지는 불법행태를 엄중하게 꾸짖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법천지이다.
 

 문화의거리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보행환경 개선에 방점을 뒀으니 당연히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인근 상인들의 점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문화의거리를 조성함으로써 주변 건물주와 입점상인들은 엄청난 유·무형의 혜택을 누렸고, 그 혜택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면 보행 불편 요소들은 적극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3단계 구간은 단속을 빗겨가고 있다. 원주시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직무유기가 초래되는 원인은 인근 상인들의 반발 때문이다. 불법주정차를 강력 단속할 경우 고객을 쫓는다는 상인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빌미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단속을 못하고 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게다가 태생적으로 3단계 구간은 문화의거리 조성이 부적절했다. 자유아파트 입주민들이 진·출입로로 3단계 구간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3단계 구간 조성 전 자유시장 뒤 공영주차장 건설이 계획돼 있었다. 3단계 구간 조성에 앞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주시는 문화의거리 연장에 급급해 졸속행정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자유시장 뒤 공영주차장 주차면수는 현재 42면에서 올 연말이면 80면으로 확대된다. 차량 통행이 더욱 빈번해진다는 얘기다. 지금도 3단계 구간은 주행차량을 피해 걷느라 불편한데, 차량이 늘어나면 사고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단속을 강화해 문화의거리답게 운영하든지, 문화의거리를 포기하고 종전대로 도로로 활용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문화의거리는 원주시 경제전략과, 도시디자인과, 교통행정과가 결부돼 있다. 3개 부서가 서로 내 일이 아니라고 미루면서 오늘의 사태가 초래된 셈이다. 3개 부서가 머리를 맞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무법천지로 방치할 건가. 결단을 미룰수록 비난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