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4곳 중 1개 조합만 사업계획승인 허가

#춘천 A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는 2015년 말 조합원 415명으로부터 90억원대의 예치금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예치금은 1천만원이 채 안된다. 대행사는 토지매입, 업무추진비 등 필수경비로 대부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자신이 낸 예치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확인할 권한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최근 춘천 A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원주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세보다 10~20% 싼 값에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평생 족쇄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원주시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4곳. 이중 태장지역주택조합을 제외한 3곳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일종의 공동구매이다. 도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고, 85㎡ 이하 1주택 보유자 또는 만20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조합원 자격을 갖춘 20명 이상이 모여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추진위원회는 업무대행사에게 관련 사무를 맡겨 사업을 진행한다. 조합 스스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해 업무대행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업무대행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이상을 조합원으로 모집하고 80% 이상 토지를 확보하면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추가 조합원 모집과 건설대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한 후 사업계획 승인 절차를 거쳐 착공 절차를 밟는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고도 아직 착공계획에 들어가지 못한 3곳의 지역조합은 아직 사업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언론에 사업 추진을 광고하고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곳도 3곳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분양사기, 공금횡령, 비싼 수수료 징수 등의 문제가 심심찮게 보도되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문제는 조합원을 선모집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이 잘못됐을 경우 원금 보전이 힘들다는 점이다. 사업 개시 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고 있어도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사업장이 전국에 상당수 존재한다.

또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업장에서는 초기분담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험도 있다. 계약금 자체를 높게 책정해 계약금을 전액 포기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조합을 탈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개인과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지자체가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신중하게 살펴보고 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은 155곳이지만 사업승인을 받은 곳은 64곳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