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경리 동상 건립 발표 기자회견. 사진 왼쪽부터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이규형 한러대화 한국측 조정위원장(전 주 러시아대사), N.M.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상트페테르부르크대 총장).

올해 안 상트대 교정에 건립…문 대통령 방러 맞춰 제막식

대하소설 '토지'를 쓴 '한국 문단의 거목' 고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올해 안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이하 상트대) 캠퍼스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한국인 동상이 건립되는 것은 물론, 한국 문인 중 해외에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박경리 선생이 처음이다.

(재)토지문화재단과 비영리법인 단체 '한러대화 KRD(Korea-Russia Dialogue)포럼'은 지난 2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박경리 선생의 동상을 올해 러시아 상트대 동양학부 앞 정원에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박경리 선생 동상 건립이 논의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관심 사안을 분야별로 논의하는 '한러대화 KRD포럼'에서 양국의 문화교류 활성화와 문화·인문·외교 강화를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러시아작가동맹이 제작한 러시아 국민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을 제막하면서 러시아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동상을 세우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놓고 다양한 논의와 추천이 있었으며, 박경리 선생의 동상을 세우기로 최종 결정됐다(본보 2014년 6월 2일자 1면 보도). 그러나 당장 이루어질 것 같았던 동상 건립은 건립 위치가 상트대에서 캠퍼스 밖 신도심으로, 또 다시 상트대 교정으로 몇 차례 변경되면서 지연됐다.

▲ 박경리 선생 동상.

러시아에 세워질 동상은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제작, 이미 지난 2014년 완성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박경리 선생 인물상(높이 140㎝, 무게 60㎏)과 인물상을 받치고 있는 마천석 재질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모형 등 크게 두 부분이다. 현재 통영 박경리기념관 앞에 세워진 동상과 같은 형태이다.

동상은 다음달 러시아로 옮겨지지만 설치와 제막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N M 크로파체프 상트대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시점에 동상 제막식을 열 것"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동상이 제자리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서울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는 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했었다.

김영주 (재)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내 어머니가 아니라 '대한민국 작가'의 동상이 세워지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 간 문학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상이 세워지는 상트대는 1897년 한국학과를 개설해 120년째 이어오는 등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동양학 및 아프리카학 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박경리 문학작품 세계 강좌를 개설하고 러시아어로 번역된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