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에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폴 포츠와 협연한 원주청소년교향악단.

30년간 단원 1천500명 배출…지역 클래식 음악인재 양성 요람

개성 있는 음색을 지닌 각양각색의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화음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구조와 유사하다. 특히 오케스트라는 다른 단원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자기 소리를 화합하도록 내는 연습이다. 어긋나면 어떤 불협화음이 나고 차질이 생기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경청하고 이해하는 법을 몸으로 배워 나가는 과정으로 소통의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엘 시스테마'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케스트라는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문화 사회인으로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주에는 원주시향을 비롯한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관악·현악단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불과 30년 전만해도 원주는 클래식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그 척박한 토양에 씨앗을 심고 단비를 뿌린 것이 바로 원주청소년교향악단(총감독: 이택성)이다.

1988년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클래식 문화를 심어주고자 창단한 원주청소년교향악단은 그해 2월 16일 KBS 원주방송국 공개홀에서 가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정기연주회, 순회연주회, 특별연주회 등 100회 넘는 연주활동을 통해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의 밑거름이 돼 왔다.

당시 원주여고에 부임한 정원국(원주교육삼락합창단 지휘) 고문을 주축으로 이시영(킹스콰이어 지휘), 채수남(음악협회 원주지부장) 씨 등 각 학교 음악교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주실버밴드를 이끌고 있는 김병헌 선생이 초대단장을 맡는 등 음악계 원로들의 뒷받침도 큰 힘이 됐다. 정 고문은 "창단 당시만 해도 지역 내에 오케스트라가 전무했다"며 "청소년교향악단 창단 소식에 지역사회의 반응이나 관심이 무척 뜨거웠다"고 회상한다.

지난 30년간 원주청소년교향악단을 거쳐 간 이들은 예비단원까지 포함하면 1천5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가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음악관련 학과에 진학한 단원들은 졸업 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음악교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형식, 방성주, 정진, 홍혜영, 송주현 씨 등 현 원주시향 단원은 물론, 지난해 원주예술상 대상을 수상한 길주영 (사)아파쇼나타 윈드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한정훈 원주소년소녀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등이 그들이다.

사제지간인 이택성 총감독과 윤도경 부지휘자 역시 원주청소년교향악단에서 활동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카타르 국립오케스트라 수석단원으로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신지훈 씨와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WASO(서부호주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정선미 씨 등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연주로 주목받는 이들도 여럿이다.

지금은 사라진 옛 야구장 지하와 원주교육청, 교동초교 등을 전전하는 등 연습장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IMF 이후 후원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원주청소년교향악단이 3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애정과 열정이었다.

1988년 대학생으로 참여한 창단멤버이면서 지금은 정 고문의 뒤를 이어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 이택성(52) 총감독은 "30년간 힘이 들 때도 있었고 이제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며 "사제지간으로 이어져 '우리'라는 이름으로 결속된 지도교사와 단원들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14년 폴 포츠와의 협연 후 단원들이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한 이 총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국내 유명 연주자와 협연을 실시하고 해외 교류공연을 추진하는 등 단원들에게 폭 넓은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원주청소년교향악단
▷총감독(상임지휘): 이택성 ▷고문: 정원국 ▷단무장: 조형식 ▷부지휘자: 윤도경 ▷공연기획 팀장: 최일용 ▷바이올린지도: 김용희 김미자 ▷첼로지도: 조형식 ▷관악지도: 한정훈 ▷타악기지도: 오대웅 ▷바이올린Ⅰ: 김로은 김연수 김휘호 박채연 어 진 유유정 이주현 임소은 임영서 정수빈 진다빈 ▷바이올린Ⅱ: 강예린 고규림 곽서연 김동현 김서연 김지혜 남지연 원채빈 박은혜 박예진 박수민 김태은 이규리 노유진 박보민 지소연 배지연 유승원 윤하람 이채은 한세현 ▷비올라: 김주원 윤정아 ▷첼로: 김민정 김성민 김유진 김태겸 박진우 서성민 박서현 김연아 홍수민 장동호 김소연 심혜윤 이찬기 최유정 추다은 ▷더블베이스: 최일용 ▷플루트: 김예림 김예은 유은진 ▷클라리넷: 김태호 박가을 ▷관악기: 김시철 신주훈 이은수 강지현 정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