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육묘장 운영…원주·횡성·영월까지 사업영역 확대 

▲ 남기섭 씨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은 3천719만7천원이었다. 1년 전 3천721만5천원보다 0.05% 감소했으며, 농가소득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농산물과 축산물 수익이 크게 줄면서 전체 소득이 감소했다. 5년만에 평균소득이 감소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농촌 경제가 더 팍팍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농촌에서는 일손이 줄고 영농비는 갈수록 증가해 적자만 면해도 다행이란 푸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흥업면 자감촌에서 육묘장을 운영하는 남기섭(63) 씨에게는 이 말이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육묘장 2단지 반(7천여㎡)을 운영하는데 한 해 매출이 2억원이 넘는다.

원주와 횡성의 종묘사나 식품회사, 이래저래 알게된 농업인들이 모종을 구입하기 위해 그의 육묘장을 쉼 없이 들락거린다. 5월 말까지 봄 모종을 판매하면 한 해 수입의 반을 버는데, 원주시 김상섭 경제작물 담당은 원주에서 육묘 전업농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남 씨는 원래 육묘사업보다 종묘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집안사정이 어려워 종묘상 점원으로 취직했다. 배움을 포기하고 취업을 택한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지 않도록 온갖 고생을 감내해야 했다.

덕분에 점원으로 시작한 사회 생활이 원주, 제천, 영월 등지에서 종묘대리점을 경영하는 사장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늘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거래를 튼 종묘회사로부터 불량씨앗을 공급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불량 얼갈이 무씨를 판매해 그와 거래하던 채소농가들이 한해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종묘회사와 서면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었고, 농가 피해도 외면할 수 없어 6억원 가량의 보상을 남 씨가 사비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 종묘사 대리점을 운영했던 것도 회사에서 지원을 해줘 가능했던 것"이라며 "밑천 없이 시작해 사업을 일으켰는데 결국 남은 것은 아내와 두 자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향인 귀래면으로 돌아와 종묘 대신 육묘사업을 결심한 것도 그 일이 있은 후였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 현실을 보며 육묘사업으로 재기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끈기와 노력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무실동 만대골에서 2년, 흥업면 자감촌에서 12년 등 14년동안 육묘장을 가꿔온 덕에 지금은 원주는 물론, 영월, 횡성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물론 크게 실패한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남 씨는 "여러번 실패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곁을 지켜준 아내와 가족이 있었기에 재기할 수 있었다"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같이 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60대 중반인 그에게 꿈이 있다면 아들이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육묘장을 경영하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흙 냄새를 맡으며 오랫동안 오순도순 사는 것이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