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학들이 마음껏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간과 먹거리를 내어주는 것을 자신의 마지막 소명으로 여겼던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1926~2008)은 토지문화관 설립 후 해외작가 레지던스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곤 했다. "해외 작가들이 토지문화관에서 창작을 하게 되면 원주가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자연스럽게 원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재)토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레지던스 사업을 통해 토지문화관 창작실에 입주했던 작가들이 원주에서 창작한 작품으로 연이어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문학창의도시를 추진 중인 원주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 문화활동국립협회(AC/E)와 토지문화재단의 작가 교환 레지던스 사업 첫 수혜자인 누리아 바리오스(Nuria Barrios)가 최근 제7회 에르마노스 마치도 시문학상(54·Poes?a Hermanos Machado)을 수상했다.

에르마노스 마치도 시문학상은 스페인 세비야문화예술협회L(ICAS)와 호세 마누엘 라라 재단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는 308개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졌으며, 누리아 바리오스의 '발전기 불빛'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누리아 바리오스에게는 4천유로의 상금과 세비야문화예술협회에서 펴내는 밴달리아 시집 시리즈 출간 기회가 주어진다.

'발전기의 불빛'은 누리아 바리오스가 지난해 9~10월 두 달간 토지문화관에 머물며 창작한 결과물이다. 토지문화재단은 누리아 바리오스가 수상 후 보내 온 감사인사에서 "과거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한국말도 할 줄 몰랐지만 박경리 소설가에 관해 읽은 글 중 '그의 생명철학과 작품의 뿌리는 자연에 대한 이해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 매우 매력적이었다"면서 "'발전기의 불빛'의 많은 부분이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쓰여졌고, 지금도 내 책상에는 박경리 작가의 작은 액자가 놓여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7년 토지문화관 레지던스에 참여한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노비코프(50·Dmitry Novikov)의 소설 '해양 불꽃'도 2017년 러시아 '국가 베스트셀러'에 포함돼,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해양 불꽃'은 드미트리 노비코프가 토지문화관에서 창작한 장편소설로 앞서 러시아 잡지 'Этажи 마루'에 게재된 바 있다.

러시아 페트로자보드스크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드미트리 노비코프는 북해함대에서 복무 후 사업을 하다 2000년부터 창작을 시작했다. 토지문화관을 거친 후 2007년 '신 푸슈킨 상'을 시작으로 2008년 상트페테르부르크정부로부터 '바렌츠포르플락 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체홉의 재능 상', 2013년 카렐리야공화국 '삼포 상', 2014년 '야스나야 폴랴나 상'을 수상하는 등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연방 공훈 문화인에 선정됐으며, 2014년부터 펜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노비코프의 단편들은 영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아르메니아어로 각각 번역된 바 있다.

이밖에도 전윤호 시인은 2015년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쓴 시들을 수록해 지난해 출간한 시집 '천사들의 나라'로 올해 한국시인협회가 주는 '제12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한편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1926~2008)이 설립한 토지문화재단은 2007년부터 해외작가 레지던스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와 원주시의 지원을 받아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해외 문화예술인(외국인 및 재외교포)들이 토지문화관에서 머물며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작품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까지 토지문화관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한 해외작가는 86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