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모두가 헌법재판소에 눈을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수업에 들어갔었다. '미래사회 이해'라는 교양과목이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대통령 탄핵 선고방송을 함께 보았다. 선고를 읽는 동안 조용한 침묵이 흘렀고 최종 주문을 통해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몇몇은 조용히 박수를 쳤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 반응 없이 담담했다. 우리 청년들은 한국사회 대변혁의 사건을 이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30년 전인 1987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간선제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폐에 항거하며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6월 민주항쟁이 전국을 휩쓸었다. 그 거대한 민주화 열기로 대통령 직선제가 확립되었고, 한국사회는 새로운 개벽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한창 청년의 열기를 품고 있던 나 역시 아스팔트로 뛰쳐나갔고, 모든 사람들이 군사독재에 눌려왔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의 에너지가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이제 30년이 지났고 대통령이 6번 바뀌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비록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직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심각하고,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투쟁이 모두를 피곤하게 하고 있지만 지난 30년 대한민국은 엄청난 외적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1987년 국가예산이 15조원에서 현재 400조원으로 27배 증가했고, 수출총액도 5천억 달러로 한해 교역액이 1조 달러에 육박해서 세계 6위 무역대국을 이룩했다. 특히 최근 10여년 사이 우리사회는 외향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전국의 모든 도시는 아파트단지로 변했고, 서울은 고층의 유리 마천루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나라인 것이다.
 

 화려했던 성장기도 박근혜정부 4년을 지나오면서 서서히 멈춰서고 있었다.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도 감소하기 시작했고, 무역의 손발이었던 조선과 해운업도 어처구니없이 망가져버렸다. 고용지표도 최악으로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청년실업은 사상최대로 12%를 넘어섰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규제완화로 1천340조원까지 치솟고 있고, 저출산은 매우 심각해서 출생아수가 40만명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이제 대학이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현재 노인인구가 14%인 고령사회인데 10년 뒤에는 20%를 넘어서게 된다. 이때는 의료보험의 70%이상을 고령자를 위해 부담해야한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우리 청년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여 무엇을 준비하였는가? 출범당시 성장률 4%, 고용율 70%,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목표한 '747비전'은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흩어져버렸다. 단지 낡아빠진 진보와 보수의 치열하고 요란한 목소리만 공허하게 들려온다.
 

 지난주 대통령이 탄핵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왜 무덤덤했는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청년들에게는 박근혜정부가 어찌되었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광장에서 목소리 높여 자신의 진영을 위해 소리치고 난리지만 정작 자식과 손자들을 위한 미래사회의 희망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기득권자들인 기성세대들은 이제 좀 가만히 있어야한다.
 

 2017년 개벽시대, 이제 새로이 시작해야한다. 어디로 가야할지는 좀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분명한건 지금까지의 성장과 경쟁, 돈과 부동산, 승자와 패자,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여당과 야당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서 개개인이 고유의 무지개 색깔을 가진 다양성 사회로 갔으면 한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또한 미래사회는 물질의 시대에서 감성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황도근 상지대 한방의료 공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