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군,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오늘 정든 캠퍼스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네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 인사와 아울러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네.
자네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대학 새내기로 입학하여 처음 만나던 장면이 생각나네. 크지 않은 체구에 단아한 얼굴. 다소 수줍은 듯하였지만 분명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야 했으나 자네는 언제나 기죽지 않고 당당하였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여 항상 훌륭한 성적을 받았네. 학과 일도 성심껏 해서 교수님들의 신임도 두터웠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었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여러 가지 봉사 활동에도 활발히 참가하였네. 나중에는 KOICA의 후원을 얻어 우리 대학교가 결성한 해외봉사팀의 일원으로 선발되어 두 번씩이나 미얀마에 날아가 불우한 그곳 아이들을 위하여 아낌없이 땀을 흘리고 돌아왔었고.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줄 때 샛별처럼 반짝이던 자네의 눈빛을 나는 오래 잊지 못할 것이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인성, 성적, 스펙이 모두 뛰어난 자네가 여느 다른 우수 학생들처럼 대기업에 지원하리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우리 교수들의 예상과는 달리 별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 지원하여 입사하였지. 처음에는 놀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시 자네답다고 감탄하였다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큰 회사에서 그저 작은 나사의 역할을 하고 있기보다는 막 시작한 작은 회사에서 창의성을 살려 역동적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한 자네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우이.
 

 H군, 대학에서 교수님들이 출제하는 문제에는 정답이 있지만 자네가 졸업 후 살아갈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자네는 알고 있는지? 아니, 답 비슷한 것이 여럿 있다고 해야 옳을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답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보다 나은 괜찮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네. 그러니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교과서를 달달 외거나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깨알 같이 받아 적어 소화하여 시험 때 잘 적어내는 것으로만 훌륭한 학점을 받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네.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네. 그래서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준비시키는 차원에서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질릴 만큼 그렇게 많은 질문을 날리는 악덕교수가 되었고 시험시간에는 책과 노트 펴보기는 물론 인터넷 검색까지 허용하는 것이지. 그러니 자네도 세상에 나아가면 늘 새롭게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아끼지 말게나.
 

 H군, 자네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주로 개인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아왔네. 교수님들이 전보다 자주 팀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내어주어 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네. 그러나 여전히 시험 답안지나 리포트 등을 통한 개인적인 성취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다행히 사회는 그렇지 않다네. 사회에서는 내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고 거의 대부분의 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하여야 하네.

 어떤 이는 자신의 우월성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혼자서 일하려 하는 반면에 다른 이는 그 반대로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일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 누가 앞서 갈지는 자명하다고 할 것이네. 자네는 타고난 온유함과 겸손함이 돋보이는데다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우이.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지내다 보면 자네 역시도 때 묻을 가능성이 있고 일이 잘 풀릴 경우 자만할 수도 있으니 스스로를 늘 잘 살피며 경계하기를 부탁하네.
 

 H군, 나는 운 좋게도 자네의 교수가 되어 자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더불어 공부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였다네. 자네가 대학에 머무는 동안 이렇듯 훌륭하게 성장해 주어서 고맙고 자랑스럽네. 다시 한 번 자네의 졸업을 축하하며 앞날을 축복하네. 청춘불패! H군, 화이팅!

유오종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