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48차 원주미술협회 정기총회에서 양현숙 회원이 제20대 지부장으로 추대되었다. 신임 양현숙 원주미술협회장은 첫 번째 선거공약으로 '원주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했다. 원주시립미술관 건립은 낙후된 원주미술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원주미협 특별기구로 원주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원주시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차기 시장 선거 시 후보자 공약사항으로 채택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주시립미술관 건립은 지역 미술인들의 오랜 숙원이다. 1980년대 초 당시 미협회장이었던 원평 이재걸 선생은 원주미술인들과 강원도내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 건립기금 모금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이후 1994년 치악예술관이 건립되면서 전시장이 하나 생겼지만 수요가 넘쳐 매년 전시장 대관 접수를 받는 날에는 새벽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야 했다. 최근에는 문화의 거리에 창작스튜디오가 생기고 시립중앙도서관에 전시장이 마련되어 전시공간은 조금 여유로워졌다.
 

 원주시 인구가 30만이 훌쩍 넘었고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커지고 있다. 이 즈음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도시의 균형 잡힌 발전이다. '영육(靈肉) 간'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그러할진대 도시의 발전에 있어서도 문화예술분야를 충분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은 미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미술관이 담아내는 공공미술은 창작의 시각적 결과물만을 보여 주는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상상력을 발휘시키고 지성을 각성시킴으로써 대중과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교감을 만들어 낸다. 또한 공공미술은 소수의 엘리트 전문가나 학습된 관람자만이 아니라 대중에 어필하는 공공영역이므로 대중적이고 사회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술관에서 관객은 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하게 되고 인생에서 예술의 의미를 성찰하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크게 고양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은 동시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원주는 강원도 타 지역에 비해 그닥 풍광이 뛰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 들어 원주는 뛰어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 일사 김봉룡 선생, 최홍원 선생, 이재걸 선생 같은 분들은 바로 원주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런 분들의 문화적 자취를 발굴하고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시민들이 이 분들의 작품을 접해 봄으로써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미술관이 해야 할 역할이다.
 

 최근 지방화 시대에 맞추어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심에서 벗어나 고유의 자생적 지역미술을 정립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새로운 지역미술문화를 생산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우리 원주도 미술관 개관의 당위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미술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 것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수도권 중심의 독점적 논리를 벗어나 다원화된 새로운 미술적 보편성을 확립해 나가고 원주만의 독특한 미감으로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견인차 역할도 미술관이 할 역할이다. 지역성의 세계화를 통해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는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하며, 미술품 수집과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발전에 기여하며, 커뮤니티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건강한 미술담론 생산과 기획과 평론 등 전문인력 양성, 현대미술의 생산과 소비의 현장에도 적극 개입하는 미술관이 생긴다면 지역문화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원주시립미술관이 개관되기를 소원한다.

권대영 전 원주예총 회장 원주미협 자문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