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선언의 기초자, 미국의 강력한 중앙정부제에 반대(해밀턴주의자들)하면서 현재 미국 연방제중심 민주주의 기반을 만든 정치인 제퍼슨은 버지니아대학을 설립한 교육자이며 미국 3∼4대 대통령을 지낸 분이다.

 그는 말년에 귀족주의자와 민주주의자를 구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귀족주의자는 "국민을 무서워하고 불신하여 그들로부터 모든 권력을 빼앗아 상위계층에게 주려는 자"이며 민주주의자는 "국민과 하나가 되고 국민을 확고하게 신뢰하고 그들을 사랑하며 설사 항상 최고로 현명하지 않더라도 공공이익을 정직하고 안전하게 지키려는 자"라고 했다.
 

 자유 민주주의는 이와 같은 국민주권을 의미한다. 특권을 가진 소수가 통치하는 귀족정치, 그리고 한사람에 의한 통치를 뜻하는 군주정치와 대비된다. 사실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국민이 통치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불행하게도 책임을 아예 면하거나 혹은 국민이 책임을 지우려 해도 요리 조리 피해나가는 관료와 공무원들이 통치할 뿐이다. 청와대 대통령중심 권력에 기생해 온 이 귀족주의자들이 이번 탄핵정국의 원흉들이다.
 

 현 정권 최상위 책임자, 대통령에 대한 탄핵 쟁점사항은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5가지이다. '비선 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는 최순실 씨의 국가 정책 개입과 대기업 강제모금, 연설문·공문서 유출 혐의 등이고, '대통령 권한 남용'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경질, 세계일보 사장 해임, 최순실 씨에 대한 각종 특혜 제공 등이다.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 등이 포함되어 있다.
 

 헌재가 어떻게 결정할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최근 탄핵 쟁점사항과 관련해 드러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은 그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권력을 지키려는 청와대와 비위를 파헤치려는 특검간 줄다리기, 헌재에 국회와 청와대 변론과정의 증인들의 입장차이 등 다양한 극적 장면들이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더군다나 탄핵결정일이 가까워 오면서 매주 탄핵찬반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만이 모여 진행되고 있다. 광복이후 최대 규모다. 촛불과 태극기시위는 그만큼 우리사회의 복잡성과 단순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지역간 격차, 계층간 격차가 심화되어 격차사회가 더 악화되면서 나타난 증후군은 아닐까? 나라사랑과 정권사랑의 분별이 우선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정권이 갖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헌재의 판결이 다가오면서 그 찬반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다를 수 있을까? 반문 해 본다. 다행스러운 것은 매주 몇 십만이 모여 집회하면서도 아직까지 충돌은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상징으로 긍정 평가하고 싶다.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진 배경이 이승만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면서 야당과의 타협안으로 결정된 것이라 한다. 탄핵정국에서도 국정혼란의 최소화는 지방자치의 도입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뿌리 지방자치제 도입이 헌재 설립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상징적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교체가 헌재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가 부러워한 '한강의 기적' 경제발전과 짧은 시간내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우리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귀족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잘 지켜보고 관심을 갖자. 그 분수령이 바로 지금부터다.

김주원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