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친척 여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한상국 시의원의 제명절차에 착수한다.

원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한 시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법리적 검토와 한 시의원 면담결과 등을 놓고 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일단 제명에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으며, 내달 20일 개회하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의회 내부 분위기는 엇갈린다. 사안의 중대성을 들어 이제는 시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법원 판결 전 시의회가 나서 먼저 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A 시의원은 "시의회가 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시기를 놓친 부분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며 "대법원에서도 기각될 경우 자연스럽게 의원직이 상실되는데, 이 경우 시의회의 역할은 없고 결국 '제 식구만 감쌌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경계했다.

반면 B 시의원은 "시의회가 먼저 제명했을 경우를 가정해 만에 하나라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복권 등 시의회 결정을 번복할 규정이 없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 "무엇보다 형사소추가 진행 중일 경우 무죄를 원칙으로 하는데, 시의회가 현행법을 무시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의회는 당사자의 의사 파악이 먼저라고 보고 지난 15일 수감 중인 한 시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자진 사퇴를 권유했지만 한 시의원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동행한 C 시의원은 "본인은 계속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며 "대법원에서도 기각될 경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전했다.

시의회가 제명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제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시의회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과 의지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시의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명 사안을 발의할 의원과 동의할 5명을 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제명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3 이상 찬성이 필요한 현실적인 조건도 어려움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원주시의회 회의규칙은 징계회부 시한을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 징계대상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날, 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날 또는 징계요구가 있은 날부터 폐회 또는 휴회기간을 제외한 3일 이내로, 징계요구는 5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의회 관계자는 "해석에 따라 모호한 부분이 있어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민연대와 원주여성민우회 등 원주인권네트워크 소속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시의원의 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1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의원직 사퇴, 제명 처리 등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의회는 한 시의원을 즉각 제명하고 공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박호빈 시의장을 면담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한 시의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시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파렴치한 행동이자 지역주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처사"라며 시의회의 용단을 촉구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