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원주시 인구는 5천897명 증가했다. 도내 대다수 지자체가 ‘인구 절벽’을 체감하는 상황에서 원주시만 유일하게 급증하고 있다. 이제 인구 증가 여부는 도시발전의 척도로 판단될 만큼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전년도와 비교해 관내 25개 읍면동 중 인구가 증가한 곳은 5곳뿐이었다. 6천명 가까운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20개 읍면동은 전년도에 비해 인구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은 곧 ‘인구 쏠림 현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정주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반곡관설동은 지난해 7천명 넘게 인구가 증가했다. 원주시 전체 증가인구보다 반곡관설동 증가인구가 많았다. 또한 25개 읍면동 중 인구수로 단구동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수년 내에 단구동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가 아니었더라면 원주시 인구도 소폭 증가하는 자연증가분에 그쳤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지난해 단구동은 623명 감소하며 감소인구가 가장 많았고, 이어 태장2동 491명, 명륜2동 336명, 개운동 324명 순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인구가 많은 지역에 사회 인프라 예산이 더 많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인구가 많으니 민원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시설도 인구 이동 동선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정주여건이 개선되면 더 많은 인구가 몰리게 된다. 혁신도시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지만 지역 내에서는 또 다른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론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단 한명이었다. 귀래면, 지정면, 호저면에서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 게 어려워졌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부론면 전체 주민의 평균연령은 56.9세였다. 이제 농촌에서 환갑 정도의 나이는 젊은 축에 속한다. 반면 반곡관설동 평균연령은 35세로, 부론면 평균연령에 비해 약 22살이나 어리다. 이러한 인구편차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는 지역 균형발전보다는 지역별 맞춤형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부론면 부론일반산업단지, 문막읍 화훼특화관광단지, 지정면 글로벌 테마파크 등이 원주시에서 제시하는 농촌발전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사업부지에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해당지역 주민들은 하청 노동자의 삶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원도심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동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농촌이다. 그러한 동력조차 기대하기 힘들 만큼 고령화된 농촌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노력을 원주시에서 기울여야 한다. 올해에는 지역별로 발전전략을 구체화하는 ‘현미경 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