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원주교육지원청 회의실에서 열린 버들중 교명 선정 설명회에서 권정한 교육장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오는 3월 혁신도시 내에 개교하는 버들중학교 교명을 놓고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본보 12월 26일자 10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권정한 원주교육장이 "교명 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교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교명 추천공모부터 원점에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내년 3월 개교 전 변경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주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9일 교육청 회의실에서 버들중(가칭: 혁신중) 교명 선정 설명회를 개최했다. 오는 3월 혁신도시 내 봉황사거리 인근에 개교하는 가칭 혁신중 교명을 지난해 11월 버들중으로 공표한 후 이에 반발하는 인근 주민들의 간담회 요구를 원주교육지원청이 수용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봉대마을 주민들과 봉대초교총동문회 및 학부모회, 행구동 주민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교명 선정위원회에 지역 주민이 배제됐고 주민공청회조차 없었다"면서 "특히 버들중이라는 교명은 지역특수성과 역사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명선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재선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주교육지원청은 추천 공모와 각계 의견수렴, 교명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김승재 원주교육지원청 행정과장은 "공모절차를 거쳐 선정된 교명을 개교도 하기 전에 되돌리면 행정의 공신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미 결정된 교명에 따라 학교 시설에 교명 이미지가 반영됐는데 예산상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 교육장도 공청회가 없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신설학교 교명은 공청회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인근 거주 학생들이 진학하는 초등학교와 달리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중학교 교명에 지역명을 붙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격앙된 일부 주민들이 '밀실행정' '야합'이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권 교육장도 "교명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주민들이 교육청을 고발하면 된다"고 맞서 일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시간 동안 팽팽하게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공전하던 설명회는 권 교육장이 "주민들 의견에 따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교명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정리됐다. 교명 변경으로 공신력이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주민의 뜻과 반하는 행정은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고, 버들중이란 교명이 이미 특정 지명이라는 점에서 지역명에 대한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교육지원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자청한 원강수 도의원도 "교명변경으로 인해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는 주민갈등으로 인해 발생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감안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권 교육장의 용단에 감사를 표했다.

권 교육장은 "이미 조례를 통과해 공표한 뒤라 어려움은 있겠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도 교육청에 적극 건의하고 교명을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교명변경을 위해서는 원점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개교 전 변경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이해를 구했다. 주민들도 "교명변경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원 도의원 역시 "도의회에서 동료 교육위원들과 협의해 주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가칭 혁신중 교명이 주민들 바람대로 변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3월 평창 도암초교와 도암중학교가 각각 대관령초교와 대관령중으로 교명을 개칭했으며, 2005년 원주농고도 영서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버들중처럼 개교 이전 교명변경이 시도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개교한 하남 미사강변도시 내 한홀초교가 2015년 교명선정위원회에서 정한 '황산'이라는 교명이 '어감이 좋지 않다'는 주민 반대 민원에 부딪혀 재심의 끝에 한홀로 변경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