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앙동 창작 스튜디오에서 열린 '원주, 그때를 아십니까?'를 준비하고 진행한 권오찬 씨를 만났다.
그는 1910년부터 1970년대까지 원주의 다양한 사진 100여장을 전시해 발전하고 변해온 도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물으니 "많은 시민께서 관람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관람자들께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살아온 환경과 삶을 확인하고, 우리 원주시의 눈부신 발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면 좋겠다."고 전시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원주시 태장동(거리대) 토박이로 80년대 중반 원주시 공무원으로 들어와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공직생활  대부분 사진을 촬영해 기록을 남기는 일을 맡았다. 기록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어, 1998년부터 '원주 오늘전'이라는 사진공모전을 기획하고, 8년 동안 응모한 옛 사진을 다시 촬영·현상·인화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에 사진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100년이 조금 넘는데 오래된 사진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남긴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개발이 시작된 60년대에 와서야 행정에서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상 생활기록 사진이 더러 남아있지만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어, 볼 길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행정기관에 남아 있는 기록과 시민들의 소장사진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8회에 걸쳐 공모전을 열었고, 그 덕분에 원주의 지역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사진들이 정리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직생활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특히 사진을 찍는 일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건 틈틈이 찍은 사진들 속에 퇴직자 사진을 골라 앨범을 만들어 드린 일이라면서 앨범을 받아 든 선배들의 환한 모습을 떠 올리면 지금도 뿌듯하다고 한다. "행정기록사진은 사진 한 장 속에 행사의 의미나 면모를 담아야 하니, 멋진 사진이나 예술적 사진은 아니지만 사진 한 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그는 공직 대부분의 시간들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제 퇴직해서 시민으로 돌아갔지만 올해부터 원주시가 추진하는 '역사사진 기록데이터베이스화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당분간은 필름상태로 보관돼 있는 기록물을 전자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소장하고 있는 사진이 6만장 정도 되는데 잘 정리해 시민들이나 원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많은 사진을 이번처럼 전시회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 일을 마치면 개인적으로 꿈꿔왔던 작은 음악당을 만들 생각이란다. 공직생활 틈틈이 수집하고 만들어 둔 진공관앰프를 활용해 음악을 좋아하는 시민들과 함께 듣고 즐기는 게 꿈이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