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젊었고 오만했으며, 우스웠고, 극단적이었으며, 성급했었다. 그래도 우린 옳았다" 이탈리아의 성장영화 '나에게 유일한'에 나오는 문구다.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청소년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시위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나 해라! 내가 해보았는데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너는 앞에 나서지 마라!" 등의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굴하지 않고 자녀들은 점거 시위를 하고,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시위의 현장에서도 알콩달콩 사랑이 싹트고 사그라들고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영화다. 극장에서 잠시 상영된 후 DVD로 제작되지 않아서 다시 보기 어렵게 됐다.
　

다시 보기 어려웠던 이탈리아 영화 속 모습이 한국사회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본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비공식적으로 받은 대통령 덕분에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손피켓을 들고 거리로, 광장으로 발걸음하고 있다. 손 편지를 쓰는 일 보다 이메일과 메신저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시국선언문을 쓰고 있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다보니 요즘 우리네 현실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게되고, 나의 생각과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게된다.
　

권위주의적인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은 "선거권 없는 너희들은 말하지 말라!"이다. "잘못 뽑은 대통령 그 대통령도 선거권이 있는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니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은 기다려라! 나중에 선거권이 부여되면 그때 선거 잘해서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라! 지금은 청소년의 본분인 학습, 공부에 충실하라!" 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분들이 존재한다. 청소년들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던 춘천의 국회의원, 교내 대자보를 통해 시국선언을 한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논리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교사들이 그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어른들도 존재한다. 아이들의 시국선언 대자보에 댓글 대자보를 단 교사도 있다. 세상을 보는 청소년의 입장도 다양하다. 평화적인 시위를 문화행사, 놀이나 여가와 같이 인식하고 활용하는 청소년이 있다. '기존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도 존재한다.
　'역시 청소년들은 진보적이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보수적인 청소년도 존재한다. 시위에 참석하겠다는 부모님에게 본인의 꿈은 직업군인인데 부모님이 시위에 나가는 것이 알려지거나 기록에 남으면 후에 본인이 직업군인이 되거나 혹은 된 이후에도 오점이 될 수 있으니 자재를 부탁하는 청소년이다. 또 인지도가 높은 회사는 직원으로 입사지원을 하면 SNS를 살펴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시위에 나간 모습은 SNS에 올리지 않는 청소년도 있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 대통령이 맺은 비공식적인 관계가 공식적인 관계를 침해해서 생긴 것이라면 이 기회에 청소년들에게 공식적인 참여 기회를 부여했으면 한다.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낮추고 투표 시간을 오후9시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표현되는 선거. 그 꽃을 피우는 일을 우리사회의 꽃인 청소년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