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아들이 어머니 학대 

봉산동에 거주하는 A(54) 씨는 알코올중독으로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버는 수입을 모두 술을 마시는 데 지출했다.

밤이면 술에 취해 함께 사는 노모 B(84) 씨를 못 자게 하고, "이년아!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나가죽어!"라는 등 욕설(정서적 학대)을 퍼붓거나 폭행(신체적 학대)을 일삼았다. 돈이 떨어지면 B 씨에게 기초생활수급비를 달라고 요구(경제적 학대)해 술값으로 탕진했다.

그뿐 아니라 술로 인해 문제가 생겨 경찰서에라도 가게 되면 B 씨는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한 학대를 견디다 못한 B 씨는 스스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A 씨는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으며, B 씨는 타 지역으로 이사해 안전망이 확보됐다. 

#사례2. 남편이 아내 학대 '노(老)노(老)학대' 

명륜동에 살고 있는 C(90) 할아버지와 D(84) 할머니는 35년 전 재혼해 함께 살고 있다. 노부부는 모두 치매증세가 있으며, 그나마 할아버지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할머니는 치매가 깊어 기억을 잘 못하는 수준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노령연금을 관리하면서 돈을 전혀 주지 않고(경제적 학대), 지난 6월에는 할머니가 두 차례나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폭행(신체적 학대)이 지속됐다. 보호를 받아야할 할머니는 새벽5시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수시로 욕설(정서적 학대)을 듣는 등 인권이 유린된 상태다.

그러나 정작 할머니는 "맞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죽을 때 까지 살고싶다"며 구타를 당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할머니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만큼 경찰 및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보호시설로 입소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1년여 사이 원주에서 발생된 노인학대 사례는 32건으로 집계됐다. 강원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관장: 정상환, 이하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7월 개관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78건이며,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32건이었다고 밝혔다. 

학대 피해자 연령대로는 80세~89세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10명, 60대 4명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학대 피해 사례가 많았다. 또한 학대행위자의 연령은 50대(10명)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60대(8명)로 나타나 노인이 같은 노인을 학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대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로는 아들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8명)와 딸(4명) 등 동거하고 있는 가족에 의해 발생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이 철저히 요구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학대를 당하는 노인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녀에게 학대를 당하는 경우 자녀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은폐하거나 적발돼도 진술을  피하기도 한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추교정 담당자는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해보면 주변 이웃들이 노인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남의 집안일에 관여해 신고를 하기란 어려웠다'고 말하는 등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개입 후 학대행위자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노력해 상황이 개선된 사례가 많았다. 때문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앞으로 노인학대 예방 및 발견을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기관·단체의 관심과 협력도 절실하다.

학대피해자를 행위자와 분리해야할 경우 보내는 쉼터는 현재 춘천에 위치해 있어 거리상 제약이 있고, 치매가 있으면 그 쉼터마저도 입소가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한편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도내에서 3번째로 개관해 원주를 포함한 도내 6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으며, 노인학대 상담 및 신고접수를 24시간 운영한다.

▷문의: 1577-1389, 744-1389(강원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