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옛 원주여고 터 매입에 나선다. 140억원으로 예상되는 부지 매입비 중 이미 44억원은 확보한 상태로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매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창묵 시장은 지난 1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잡초가 우거지고 시설물이 녹슬어 우범지대가 된 옛 원주여고를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원주여고 터를 원주시가 매입하고 국·도비로 리모델링하라는 강원도의회 의견을 존중해 직접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리모델링을 위한 국·도비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국도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융자심사를 거쳐야 해 부지 매입을 추진하더라도 6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 시장은 맞교환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어려워진 원주교육지원청청사 신축과 관련해서는 "민병희 교육감이 원주교육지원청 청사 신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더 좋은 조건의 부지를 찾아 도교육청에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학교 터 우선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계약을 하고나면 우선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학교용지 전체를 개방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존에 조성되어 있는 주차장 등 일부는 개방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옛 원주여고와 종축장 터 맞교환이 무산된 것과 관련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춘천에는 레고랜드 부지를 50년간 기업에 무상 임대하고, 강릉에는 동계올림픽 후 철거 결정된 아이스하키장 건립에 강릉시 분담금을 포함, 도비 27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언급한 원 시장은 "원주시민이 내는 도세가 연간 1천783억원으로 춘천과 강릉을 합친 수준인데, 원주시민을 위해서는 예산도 들지 않는 비예산 사업조차 부결시켰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원주시 홀대론'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원주시는 강원도가 아닌 대접을 받는다"고 언급한 원 시장은 "이러니 시민들 사이에 '강원남북도로 분할하자. 경기도 편입을 논의하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옛 원주여고 터에 문화커뮤니티센터 조성사업은 당초 원주시가 엣 원주여고 터를 매입해 리모델링비를 국도비로 지원받는 것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14년 3월 강원도가 옛 춘천여고 터 매입을 결정하고 도의회에서도 이에 동의하자 원주시는 형평성을 들어 원주여고 터 역시 도에서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에서 매입 의지를 보이지 않자 원주시는 다시 원주여고와 종축장 터 맞교환을 제안했다.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방치된 옛 원주여고 터를 살려 부족한 문화예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건립한 지 30년이 넘어 노후된 원주교육지원청을 신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원주시 제안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 '양 터의 감정가격이 부정확하고 원주교육청 이전 신축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했으며,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도 지난 6일 '진전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해당 안건을 삭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