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8일 지하상가 '생생마켓'에 참여한 청년농부협동조합 조합원들. 왼쪽부터 조정치, 임승규, 우주혁 씨.

공군 장교, 건축기사, 대학원생, 웹디자이너 등등. 지난 8월 원주에서 설립된 청년농부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이력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청년들이 고향으로 귀농해 청년농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청년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주혁(37) 씨는 서울 양재동에서 웹디자이너로 활약했다. 홈페이지나 쇼핑몰 만드는 일을 했고,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임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따라 8년 전 원주로 귀농해 문막에서 산나물과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다. 조정치(35) 씨도 서울에서 건축기사로 재직하다 쳇바퀴 같은 생활에 염증을 느껴 원주로 귀향했다.

공군장교 출신의 임승규(34) 씨, 일반 직장인이었던 박수훈(29) 씨, 대학원생이었던 김기석(35) 씨도 고향 원주가 그리워 귀농 후 흙냄새를 맡으며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품목은 고구마, 식용곤충, 사과, 조청 등 10여가지이다. 

생면부지의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청년4-H 활동이었다. 청년4-H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게 됐고, 초보농부로서 영농의 어려움을 교류하며 뭉치게 됐다. 

우 이사장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땐 창피하기도 하고 일이 고되 사람 만나기 싫었는데 4-H 활동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알게 됐다"며 "영농활동의 어려움을 의논하고, 힘들 때 상부상조하며 재미있게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며 가장 어려웠던 건 판매였다. 작물 재배방법은 부모님께 배우거나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강좌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은 막막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협동조합을 설립해 쇼핑몰을 구축하고 판로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우 이사장은 "홈페이지나 쇼핑몰 제작은 자신이 있어 유통업판매신고를 내고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 번은 네이버에 소개돼 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노상에서 농산물을 판매했는데, 대형마트나 대규모 농산물 시장에 밀리고, 신선도도 담보할 수 없어 쇼핑몰을 떠올리게 됐다. 우 이사장의 쇼핑몰에 다른 조합원들의 생산품목도 함께 소개해 공동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편 청년농부협동조합은 내년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만들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원주원예농협이나 원주축협이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리 판매하는 수준이어서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해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할 생각이다.  

또한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청년4-H 활동을 하는 17명의 청년농부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그들에게도 안정적인 판로를 선사할 계획이다.

우 이사장은 "비록 힘들고 이윤은 적지만 청년들이 뭉치면 농사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내년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구축하면 협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이더라도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