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대학구조개혁 결과, 수도권 대학은 살리고 지역대학은 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3∼2016년 전국 일반대 입학정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2곳 중 73.4%인 141곳이 정원을 감축하여 2013년 대비 2만1천867명이 줄었습니다.

이중 지역대학 121곳에서 1만6천914명이 줄어 총 감축 정원의 77%가 지역대학에서 줄었습니다. 원주지역 대학은 강릉원주대학교 164명, 상지대학교 80명, 연세대학교 50명, 한라대학교 80명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후속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원주지역 2개 대학이 지난해에 이어 D등급을 받아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일부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16년 대학특성화 사업' 선정 결과를 보면 원주지역 대학들은 하나 같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앞서 발표된 2천억원 규모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의 경우에도 원주지역 대학들은 줄줄이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원주지역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번지고 있습니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원주 지역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교수로서 깊이 반성합니다. 오늘은 이 지면을 빌어 지역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지역대학들의 뼈아픈 자성과 자구노력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부끄럽게도 저를 비롯한 상당수의 지역대학 구성원들이 시장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발 빠른 변신을 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한 기술 발전, 그리고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 시장 개방 등이 한꺼번에 이루어져 시장과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이제는 주어진 일만 착실하게 잘 해내는 인재가 아니라 급변하는 상황을 잘 판단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역대학들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여전히 낡은 교육의 틀 속에 머물러 있는 어리석음을 범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대학은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조조정의 끈을 힘껏 당겨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구태의연한 커리큘럼부터 과감하게 개편해야 하겠습니다. 편협한 학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학과의 벽을 허물어 학제간 연구와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되,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상아탑의 본질을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취업이 급하다고 하여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만 가르쳐서야 급변하는 세상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어떻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손에 펄떡펄떡 뛰는 대어를 안겨주기보다 비록 준치라도 스스로 낚을 수 있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상이 변하여도 적용될 수 있는 기본을 탐구하고 가르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을 풍부한 인문적 소양과 공동체에 스스로 기여하고자 하는 덕성을 고루 갖추고 구성원들과 소통할 줄 아는 인재들로 길러내기 위하여 학생들을 사랑으로 성심껏 지도하겠습니다. 

둘째로,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역대학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과감히 실천해 지역대학을 밀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역사회가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도와주면 우수한 인재가 배출되어 다시 지역사회에 기여하게 됨으로써 선순환적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외람되지만, 원주시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에서 지역대학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였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혹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활용에 그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지역사회에 팔 벌리며 다가가지 못한 지역대학의 책임도 크지만, 지역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지역대학의 발전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시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서나 지역사회와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를 맡길 때에도 지역을 잘 아는 지역대학에게 일정 부분 프리미엄을 주는 제도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주시는 물론 혁신도시의 여러 공공기관, 각종 경제관련 단체 등이 지역대학들과 협의체를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실무진들이 만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먼저 지역대학이 깊은 자성을 통해 환골탈태하고, 지역사회와 적극 협력하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양자가 동반 성장하는 상생의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기를 간절히 빌면서 어설픈 반성문을 맺겠습니다. 

유오종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