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거나 공격해오는 힘을 역이용, 허점을 찔러 승패를 겨루는 유도. 매치기, 조르기, 누르기 등 다소 거친 격투경기의 매력에 빠져 유도 선수로 활약하는 네 자매가 있다.

태장2동에 살고 있는 유단비(북원여중 2), 유예슬(장양초 6), 유슬기(장양초 4), 유하늘(장양초 2) 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운동하는 선수들 중에는 함께 훈련하는 형제, 자매들이 많지만 이처럼 네 자매 모두 같은 운동을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일이다. 때문에 네 자매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유도계 스타자매로 떠오르고 있다. 

자매가 함께 유도를 하게 된 건 첫째인 단비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유도장에 갔다가 흥미를 느껴 시작했는데 맞벌이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느라 훈련 도중 집에 들러 식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그런데 훈련 흐름이 끊기는 것을 우려했던 코치선생님이 단비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동생들을 연습장에 데려오도록 배려했다. 결국 동생들도 언니를 따라 유도장을 드나들다 보니 유도에 흥미를 느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막내 하늘이는 유치원에 다니던 6살이었다. 

언니를 따라 우연한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유도에 임하는 네 자매들의 자세는 제법 진지하다. 깡마른 체격에 체급을 높이기 위해 살을 찌워야 할 정도로 여린 모습이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싫은 내색 없이 운동에 집중한다.

장양초교 유도부 성경미 코치는 "자매들 모두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이 뛰어난 데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함에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투정 없이 묵묵히 운동량을 소화하는 모습은 유도부에서도 모범생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네 자매의 운동 성적도 우수하다. 유도명문인 북원여중에 진학한 단비는 지난 6월 열린 용인대 총장기대회에서 -45kg급에 출전해 개인전 1위를 자치했다.

또한, 예슬이와 슬기는 지난달 열린 제44회 추계 초·중·고등학교 연맹전 -36kg급에 나란히 출전해 1, 2위를 하는 등 수준급이다. 하늘이도 매년 도대회에 참가해 등수 안의 성적을 유지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귀한 딸들이 유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 유종필(46) 씨는 흔쾌히 허락했다. 공부에 소홀해질거라는 우려보다 네 자매가 유도를 통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네 자매는 유도를 통해 공감하는 대화거리도 늘었으며 서로 운동을 지도해주기도 하는 등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첫째 단비를 따라 모두 체육지도사를 꿈꾼다는 동생들은 심지어 머리도 큰언니와 똑같이 짧게 잘랐다. 

자매들은 매사 부끄러움 많던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유도를 시작하면서 보다 활발해졌다. 사실 아버지 유 씨가 가장 염려했던 것이 본인을 닮아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의 성격이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유 씨는 초등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로 활동하며 타 지역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고향을 떠나지 못해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유 씨는 "아이들이 아빠 성격을 닮아 낯선 사람과 인사하는 것도 힘들어 했는데 유도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며 "딸들은 나처럼 기회를 놓쳐 후회하지 말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아이들이 작은 체구로 운동을 견딜 수 있을까 염려하다가도 가끔 장난삼아 걸어오는 기술에 옴짝달싹 못할 때면 딸들의 실력에 내심 놀란다고. 타 지역에서 대회가 열릴 때면 유도부 차량운행을 지원하고 있다는 유 씨는 "아이들이 원한다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