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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육문화관 한글교실 조옥희(64) 씨

"이름 석자 쓰고 벅차올라" 박수희 기자l승인2016.09.26l수정2016.09.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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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육문화관 가나다한글교실의 수업이 한창인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조옥희(64) 씨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다.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그녀의 필체에는 한 자 한 자 정성이 담겨있다. 

올해로 3년째 가나다한글교실에서 공부하는 조 씨는 반에서 가장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범학생으로 손꼽힌다. 그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10시부터 두 시간씩 진행되는 한글수업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교실문을 열고 마지막까지 남아 문단속을 한다. 누가 시킨 적 없음에도 3년째 묵묵히 해오는 그녀의 성실함에 같이 수업을 듣는 할머니는 '봉사왕' 이라는 시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가 배움의 시기를 놓치고 환갑이 넘어서 한글을 배우게 된 것은 어릴 적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며 학교 보내기를 반대하셨던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8살 때 가족들과 함께 북에서 넘어왔던 그녀는 할아버지의 반대로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유년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그녀는 10살 넘는 터울의 여동생들만큼은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고등학교까지 보내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20살이 되던 해 결혼 후 이어지는 살림과 육아로 한글을 배울 여유조차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한글교실이 있는 줄도 몰랐다. 만약 그때 배웠더라면 좀 더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생을 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단다.  

글을 읽지 못해 겪는 불편함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중 가장 안타까웠던 건 슬하 4남매의 공부를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평생 배움의 갈증을 느끼며 살아왔던 그녀는 3년 전 우연히 원주교육문화관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 씨는 "교육문화관 선생님이 한글을 잘 가르치신다고 하길래 바로 가서 등록하고 수업을 들었지. 가서 처음으로 내 이름 석자를 읽고 쓰는걸 배우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회상했다.

3년째 한글수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 쌍받침 쓰기를 제외하면 읽고 쓰기에 무리가 없다. 또한, 한글교실에서 배움에 대한 열망을 함께 공유하는 할머니들과 어울리며 조리 있는 말솜씨도 늘었다.

지난 달 강원평생학습주간에서 개최한 청춘만개 발표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은 것도 그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글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개사한 가요를 부르며 율동을 선보여 상을 받은 것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한글교실을 다니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자녀들도 책가방까지 사드리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평생 한글교실에 다니고 싶다는 그녀는 "한글을 완벽하게 배우면 내 손으로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아 편지를 써주고 싶다"며 "내 마음을 담은 시 한 편 도 꼭 남길 것"이라며 꿈을 말했다. 수줍지만 자신감 있어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서 벌써부터 그녀가 남길 시 한 편이 기대된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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