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속에서도 기상이변만 없다면 금년에도 4년 연속 풍년이 예상된다.

풍년이 들면 기쁨과 감사를 해야 하지만 올해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농업인들이 생산한 벼를 수매해서 판매해야 할 조합장으로서 풍년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쌀값 하락으로 시름에 젖어있는 농심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수매가를 어떻게 결정하고 판매해야 할지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벼를 수매하는 전국 농협들은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몇몇 농협은 존폐위기에 있다. 3년 동안 누적 적자금액은 1천억여원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논 경지면적이 가장 적은 강원도내 농협들의 적자는 약 112억여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타 지역보다 수매가격이 높았고, 계절이 지나면서 쌀값 하락이 이어져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농협마다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밀어내기 식의 판매경쟁이 심화될 것이 뻔하다. 민간업자들도 계속되는 쌀값 하락으로 수매를 꺼려하며 소극적 수매로 바뀔 것이다. 벼를 수매하는 농협들이 이대로 계속 적자가 누적되면 피해는 농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년 수확기만 되면 농가들과 농협은 신경전으로 흥정하듯 수매가를 결정하였지만 이제 쌀시장 흐름 등에 맞춰 벼 매입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 도내 일부 농협들은 수매 전 몇 가지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매입물량을 줄이거나 수매현장에서 70~80%를 선 지급하고 수확이 끝나는 12월에 그 해 매입가격을 확정해서 차액을 정산하는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어쩌다 우리민족의 주식인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상당부분 책임은 정부에 있다. 풍년 농사를 지어놓고도 기근에 허덕이는 농업인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 아직 아무런 대안도,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밥이 보약이니 밥이나 많이 먹어라 하는 식의 쌀 소비촉진 이야기만 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도 모르는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이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라도 논 휴경년제를 도입하여 생산량을 줄이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해에 30~50% 면적만 경작하고 나머지는 묵히는 방식이다. 이를 3~4년만 시행하면 어떨까?

농가에게는 경작하지 않은 면적에 따라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만 보전해주면 현재 넘쳐나는 쌀을 관리하는 비용과 변동직불금 등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정도 흉년이 든다 해도 현재 재고량으로 충당이 될 것이다.  

그동안 산지벼 수매가격은 조합별 사업여건 등을 고려하여 결정돼 왔다. 금년부터는 원주 농협들만이라도 수매가격부터 통일해야 한다. 농협마다 수매가격이 다르므로 적게 받는 농업인들은 소외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쌀 판매가격도 제각각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토토미인데 왜 가격이 차이가 나는지 혼란스럽고 의아해한다. 아무리 미질이 좋고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신토불이라고 외쳐대도 이미 토토미 브랜드의 신뢰는 바닥이다. 농협마다 쌀 판매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토토미는 타 지역 쌀에 비해 4천~6천원 정도 비싸다.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이 원주시 인구에 비하여 자급이 부족한데도 타 지역 쌀에 밀려 토토미가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생산자인 농업인과 농협,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그래야 생산자인 농업인과 농협이 살길이다. 농업인과 농협은 상생관계가 아니던가. 

정한용 소초농협 조합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