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원주 연고 선수들이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소식은 들리지 않았지만 8년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해 지난 8일 깜짝 동메달을 들어 올린 주부역사 윤진희부터 판정논란을 딛고 시상대에 우뚝 선 레슬링의 김현우, 긴장감과 부담감을 이겨낸 태권도의 김태훈까지.

원주 선수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윤진희의 시댁이 있는 지정면 가곡2리와 김현우와 김태훈의 본가가 있는 단구동에서는 주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투혼 김현우, 금보다 빛난 동메달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가 있었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패자부활전에 나섰지만 경기 중 입은 부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하지만 원주의 아들은 밤잠을 잊고 성원하는 고향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평원중 졸업·삼성생명)가 투혼을 발휘, 금보다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현우는 지난 15일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타르체비치(크로아티아)를 6-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초 꿈꿨던 메달 색깔은 아니었지만 판정논란과 팔이 빠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으로 따낸 값진 메달이다. 

동메달이 확정된 후 매트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 절을 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김현우는 좀처럼 얼굴을 들지 못한채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경기 하는 날이 광복절인 것을 알고 태극기 세리머니를 준비했었다"고 밝힌 김현우는 "후회는 남지만 값진 동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생각해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집념 김태훈, 긴장·부담 극복

 '당연한 금메달감'이라는 주위의 기대는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에게 큰 부담이 됐다. 첫 판에서 무명의 복병에게 패한 뒤에는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치악산 태권소년' 김태훈(평원중 졸업·동아대)이 집념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태훈은 지난 18일 브라질 리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를로스 루벤 나바로 발데스(멕시코)를 7-5로 꺾었다.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을 멋지게 지켜 낸 것이다. 

"첫판에서 패한 뒤 실망도 많이 하고 너무 힘들었다"고 밝힌 김태훈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면서 "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4년 후를 향하고 있다. 김태훈은 "힘든 걸 이겨내면서 더 성장하는 것 같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31일, 메달 획득 선수초청 격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원주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8강전에서 아쉽게 도전을 멈춘 고성현(진광고 졸업·김천시청), 역도 남자 69㎏급에서 전체 9위에 오른 원정식(원주고 졸업·고양시청),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38위를 차지한 정지근(치악고 졸업·경기도청),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남자 체조에서 활약한 이상욱(치악중 졸업·전북도청) 등 원주시민들은 최선을 다한 그들의 땀과 노력을 응원한다. 

한편 원주시는 오는 31일 원주시민의 날에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초청, 격려할 계획이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