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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농사를 짓는 A 씨는 지난 7월 25일 원주시농산물도매시장에 치악산복숭아를 납품했다. 30상자를 납품했으며, 경매가는 상자 당 5천원이었다. 그런데 A 씨는 지난 12일 복숭아를 구입한 소비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

소비자는 하루 전인 11일 횡성장에서 A 씨의 복숭아를 1만4천원에 구입했는데, 무르고 당도가 형편없어 반품을 요구한 전화였다. 복숭아 상자에 A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연락한 것이었다.

A 씨는 이번 소비자 항의를 계기로 2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복숭아를 납품한 날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17일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A 씨가 납품한 품종은 그레이트로, 3일만 지나도 당도가 떨어져 장기간 저온저장이 불가능하다.

이에 '박스갈이'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스갈이란 A 씨의 복숭아를 빼돌리고, 다른 생산자의 복숭아를 A 씨의 상자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치악산복숭아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긴다.

두 번째는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이다. 생산자의 경매가에 비해 소비자 구입가는 3배 가까이 뛴 것이다. A 씨의 복숭아는 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문제는 중도매인이 또 다른 중도매인에게 넘길 경우 4∼5단계의 유통비용이 발생하다는 점이다.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각각 유통마진을 남기며 소비자는 제값보다 비싸게 구입하게 된다.

포도농가, 폐원 후 복숭아 전환

원주에서 생산되는 치악산복숭아는 지난 1996년 전국 복숭아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탑프로젝트 과수 품질평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행구동 신문선 씨가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대표과일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 최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복숭아 생산량이 증가하며 위협받고 있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영동지역 포도농가들이 폐원 후 복숭아 재배로 전환한 데다 특히 올해는 줄곧 고온을 기록하며 생산량이 급증했다.

지난 2010년 동해 피해를 입었던 관내 농가들이 당시 새로 심은 나무에서 생산한 복숭아가 올해부터 본격 출하된 영향도 있다. 이로 인해 복숭아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20% 가량 하락했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기 위해 직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행구동 길카페 인근, 소초면 학곡리, 판부면 서곡리 등 피서객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길거리 판매를 하고 있으며, 인터넷 판매도 한다. 그러나 복숭아는 일시에 출하되는 데다 저장성이 떨어져 길거리 판매 등은 한계가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대량 납품을 하려면 도매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농민 B 씨는 "새벽시장이나 로컬푸드 판매장에서도 팔지만 판매물량에 한계가 따른다"면서 "복숭아 출하시기에는 지역농협 별로 특판행사를 열어 직거래로 판매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다른 농민은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원주시와 지역농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농민은 농사에만 전념하게끔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