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중앙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제28차 원주문화포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연애, 결혼, 출산 등 '3포 세대'로 불리던 청년들이 내집마련, 인간관계를 더한 '5포 세대'를 넘어 현재는 꿈, 희망, 건강, 외모까지 포기해야 하는 '9포 세대'로 불리고 있다.

상사 주재원으로 비춰지던 광고 속 청년들의 모습은 주유소와 편의점 '알바'로 대체됐다. 수년 전 서점가를 강타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꽂혀있던 서가 진열대는 '열정이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로 바뀌더니 지금은 '노오력의 배신'이 자리를 채운다.

'청년을 배신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이 회자되고 '망한민국' '노답사회' '헬조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청년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풍요가 아니라 '가난'이다.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자 현실이다.  

지난 12일 중앙청소년문화의집 2층 소공연장에서는 '원주스타일의 청년문화이야기'를 주제로 '2016 제28차 원주문화포럼'이 열렸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원주스타일의 청년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참여와 공간 확보, 청년 문제에 대한 세대를 넘어선 공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일 현장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리했다. 

기조발제: 청년 문화활동의 현주소와 원주
"나·지역·우리 공동의 문제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 중요"

▲ 강승진 정책기획실장

강승진 (재)원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은 '청년 문화활동의 현주소와 원주' 기조발제에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나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 지역의 문제를 동일시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문제를 지역 문화예술 현장으로 끌어들여 "청년들의 고민은 ▷지역을 떠나고 싶다 ▷내가 일할 곳은 어딘가 ▷희망이 없다로 나열되고 현장에서는 ▷신규인력이 없다 ▷현장은 늘 어렵다 ▷예산이 없다 ▷공간이 없다는 불만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문제의 해결은 역시 사람"이라면서 "활용 가능한 자원의 탐색과 확보, 공간을 확장하고 사람을 조직하는 노력이 무었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광역·기초단위 공공문화기관들의 다양한 인력양성 프로그램과 청년 문화예술정책을 소개하면서 청년문화 활성화가 곧 지역문화인력 양성으로 이어진다고 언급한 강 정책기획실장은 강의, 멘토링, 실습 등 교육 관점과 청년문화예술활동, 신진예술가, 학습공동체 등 지원관점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주문했다. 

강 정책기획실장은 원주 청년문화 플랫폼 구축방향으로 문화의거리에 청년공간 조성과 대학생 문화기획단 운영, 청년 문화기획자 양성 등을 제시했다. "지역에 순수예술학과가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청년예술가를 유입하고 원도심 레지던스, 청년문화창직 등을 통해 지역정착을 유도한다면 청년문제뿐 아니라 도시재생 문제까지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주 청년문화에 대한 접근 방향으로는 ▷실상 파악과 진단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안전망 ▷성장판 ▷관계망 등 다섯 가지 키워드가 제시됐다. 강 정책기획실장은 "장기적이면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층의 수요와 욕구를 조사해 그에 따른 정책을 세분화하고 대상을 분류해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 했다.

청년문화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 당사자 중심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공유의 장을 마련할 것과 청년문화공간을 조성해 문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및 사회적 관계 회복 등 청년들 스스로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청년 문화창업과 문화창직을 활성화 시키고 자발성에 의한 활동과 실천이 전파될 수 있도록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청년문화의 완성은 교육이나 정책, 지원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행과 실천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한 강 정책기획실장은 "그 과정에서 원주는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들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은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진행으로 장영덕 청춘팩토리 대표, 박주환 원주청년단톡방 기획자, 박설희 무위당학교 운영위원, 박평광 전통타악연주가, 문현영 인디밴드 길거리오아시스 보컬, 김병준 상지대 인문사회대 학생회장, 최재은 청소년진로매니저 등 지역 문화현장에서 활동 중인 청년 대표들이 토론자로 나서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메신저를 활용한 공개 대화방과 플로어에서도 활발한 질문과 의견이 쏟아졌다. 

정주형: 발제를 들었는데, 먼저 대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한다. 청년들의 문제와 관련, 대안으로 고민하는 것이라면? 

장영덕: 참여부족이 문제일 수 있다. 현재 청년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청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오늘 같은 이런 자리가 바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찾는 대안에 가까워질 것이다. 

정주형: 청년들이 우리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박평광: 지원보다는 교육이 먼저다. 그래야 실천으로 행동으로 이어진다. 

문현영: 문화 기획자부터 문화 소비자까지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성이 중요하다. 

박설희: 많은 문화생산자들이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고민한다. 무엇보다 내가 원주와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원주가 가지고 있는 것과 앞으로 만들어 갈 것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원주 청년문화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주환: 청년들이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이자리도 청년들이 원주에 머물기를 바라기에 마련된 자리가 아닌가? 삶 속에 작은 즐거움이 늘어날수록 원주에 거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최재은: 개인적으로 원주가 좋은 이유는 편안하기 때문이다. 청년뿐 아니라 청소년들과도 함께 즐기고 함께 만들어 가다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영덕: 우선 내 삶이 안정되어야 할 것 같다. 내 삶의 안정조차 찾기 버거운, 여유가 없는 상황이 문제다. 

플로어(여): 처음 원주에 왔을 때 청소년축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신기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는 것 같아 아쉽다. 여유를 갖고 싶은데 원주에서의 생활도 갈수록 각박해지는 느낌이다. 

플로어(남):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데 공연 때마다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플로어(여): 원주만의 청년문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정주형: 오늘 주제가 '원주스타일의 청년문화이야기'다. 원주만의 청년문화를 기획한 경험이 있거나 고민한 경우는? 

박주환: 청년 축제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문화는 다 같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톡방을 예로 들어 말씀 드리면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계속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주형: 원주에서 삶을 꾸려가겠다고 결심하는 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장영덕: 시도와 도전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 도전과 참여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욕구를 알려야 사회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박주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모임 내에서도 현실적인 조건을 다 알고 있음에도 비난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을 무시한 채 이상만 바라보는건 공허하다. 현실적인 조건을 먼저 파악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게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문현영: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공연이나 행사가 가능해지고 그 안에서 좋은 콘텐츠도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문화재단 실무자 교육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 

박설희: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스터디모임을 하든 네트워크 모임을 하든 불쑥 찾아갈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런 공간이 생기면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 2~3명만 모여도 시작은 가능하다. 

김병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대학생들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 세대별 공감도 있어야 한다. 

박평광: 청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생각을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온라인이 되었든 오프라인이든 이 같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 

최재은: 오늘 토론에 참여하면서 진로매니저로써 청소년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질문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을 지도하다 보면 그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것 인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데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토라지곤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주형: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사람과 공간, 공감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소감을 듣고 싶다. 

최성천(원주시 문화예술과장):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많은 대화를 해야겠다고 느꼈고 정책적인 부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방적인 생각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들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이나 단체의 필요성도 느꼈다. 원주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면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강승진(원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사업이 되고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그렇게 되면 원주 문화예술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8월말에는 좀 더 포맷을 넓혀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내가 살아갈 원주가 50년 뒤, 100년 뒤 어떤 도시가 되었으면 좋을지 그 때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플로어(남): 주제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론 참여자가 제한적이었다는 생각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청년문화가 아니라 원주문화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더 생산적인 의견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주형: 첫 자리였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앞으로 원주의 변화를 기대하고 또 오늘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 포럼을 마무리한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