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째 원주시유기동물보호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는 류대봉(65) 소장은 매일 120여마리의 유기동물 견사를 청소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보호소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일을 직접 챙긴다. 신고 접수 시 구조부터 간단한 응급처치, 재활, 입양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그는 버림받은 유기동물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주고 있다. 

류 소장이 동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물사료대리점에서 일했던 그는 우연히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오다 2000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강원도지회장을 맡아 지난해까지 야생동물 보호소를 운영했다. 류 소장은 야생동물 구조 및 치료, 재활, 방생 뿐만 아니라 밀렵단속, 동물보호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물보호에 앞장섰다. 독수리, 수리부엉이, 참매, 산양 등 여러 보호종이 그의 보호소를 거쳐 자연으로 건강하게 돌아갔다. 

2007년부터는 원주시로부터 위탁받은 유기동물보호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다.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며 입양까지 담당하는 시설이다. 원주시유기동물보호관리소는 전국에서 쾌적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보호소로 손꼽힌다. 

또한, 이곳은 유기동물 입소 시 법적 공고일인 10일이 지나도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 타 지역의 경우 공고일이 지나면 관리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안락사 시키지만 원주시의 경우, 류 소장의 건의로 공고일 이후에는 무료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전염병에 걸리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회복 불가한 일부 동물의 안락사를 제외하면 입양 전까지 이곳에서 안전하게 보호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 지역 주민들이 일부러 원주까지 와서 반려동물을 유기하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곳의 분양율은 약 40%로 한 달에 25~35마리 정도가 새 주인을 만난다. 전국 평균 분양율이 약 25%인 것과 비교했을 때 꽤 높은 편이다. 류 소장은 "공고일이 지나도 안락사 없이 일반분양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체 홈페이지 운영으로 입양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다른 곳보다 입양이 많이 이뤄지는 편이다"고 말했다. 

한 달 평균 60여마리가 입소하는 보호소는 류 소장까지 3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실정이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그는 1년 내내 보호소에 나와 동물들을 돌보는 일과를 보낸다. 그는 "주인에게 한 번 버림받은 녀석들인데 보호소에서라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으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인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이 녀석들을 위해서 더 많이 신경 써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보호소를 거쳐간 수많은 유기동물 중 '사랑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6년 전 산속에 버려진 진돗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에서 사랑이와 처음 만났다. 3개월쯤 된 새끼 진돗개는 양 쪽 귀와 앞다리 꼬리 등이 잔인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구조 후 지극적성으로 사랑이를 돌봤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입양은 힘들거라 생각했다. 불편한 몸으로도 그를 항상 따랐던 사랑이의 안타까운 소식이 우연히 방송에 소개되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입양문의가 줄을 이었다. 덕분에 사랑이는 좋은 입양처로 보내져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류 소장은 "대부분 장애가 있는 동물들은 입양이 힘들뿐 아니라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에 보호소에 두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사랑이의 경우 사람에 의해 고통받고 버려졌지만 또 다시 사람한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 보면서 기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고 전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책임감을 위해 마이크로 칩을 삽입할 것을 당부했다. 마이크로 칩 삽입을 독려하고자 그는 반려견 캔디와 작은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일저녁 마이크로 칩 삽입 홍보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두른 캔디와 원주천을 산책하는 일이다. 애교 많은 캔디 덕분에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힘이 닿을 때까지 유기동물들을 돌보고 싶다는 그는 원주에서 건전한 반려동물문화가 자리 잡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