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44) 씨는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녀들의 등하굣길에 마스크를 씌울지, 창문을 열어놓고 출근해도 되는지 여부를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판단한다.

김 씨는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원주는 거의 포함돼 있었다"며 "아침마다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대기오염 측정망인 '에어코리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가 가장 많이 발령된 지역은 원주시로 나타났다.

작년 3월과 5월에 각 3회, 10월 2회 등 모두 15회에 걸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7회에 걸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며, 경북 김천권역(10회)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주의보 발령횟수가 많았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지름 2.5㎍)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아 폐나 혈관까지 침투하며 심장질환과 호흡기 질병 등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은밀한 살인자'로 통하는 초미세먼지에 원주시민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원주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가 많은 이유에 대해 강원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황사 및 수도권에서 발생한 먼지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다 영서지역에서 정체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주는 분지 지형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공중에 장기간 머물게 된다는 게 강원보건환경연구원의 설명이다. 반면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비롯해 원주∼강릉 철도,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건설현장 등에서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고 있다"며 "외부의 영향 못지않게 원주시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주시 차원의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그린리더 양성 등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시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기 때문에 추진방안이 시달되면 적극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기후적·지형적 특성에 따른 문제라면 그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원주시가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최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마련했으며, 서울 관악구도 초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영등포구도 비산먼지 발생 억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가는 등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타 지자체의 선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