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운전문화이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유학생활을 하고 지역대학 교수로 원주생활을 하고 있는 모 교수는 한국의 운전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하던 운전방식으로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운전문화를 한미디로 이야기한다면 양보와 보행자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10여년 전 지역신문 연수차 미국을 방문해 직접 운전하면서 말로만 듣던 그들의 운전문화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느낀 것은 그들은 양보가 몸에 배여 있고, 운전과 관련된 사회적 약속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이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차량이 진행하도록 기다려주고, 우선멈춤 표지판이 있으면 통행차량이나 사람이 없어도 완전히 정지했다가 출발하고, 통학차량이 정차하면 반대편 쪽에서 오던 차량들도 정차해 아이들이 길을 건널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운전문화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먼저 가지 못해 안달이고, 신호등이 있어도 차량이 없으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잘못된 운전문화가 교통사고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원주는 우리나라 도시들 중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도시에 꼽힌다.

이 때문에 원주시도 정부 지원을 받아 교통안전 특별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주에는 국도교통부와 원주시가 '교통안전 행복도시 원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교통사고 안전대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들처럼 도로구조 개선이나 교통시설물 설치 등 하드웨어적인 접근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호성 교통안전 캠페인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양보와 보행자 우선이라는 운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고쳐야할 운전문화 중 한가지를 정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직장이나 단체별로 주기적인 운전문화 관련 교육을 실시해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주에서 운행되는 차량들이 모두 원주시민들이 아니기에 변화를 체감하기 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한다면 원주는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