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 퇴비 사용해 당도 높은 옥수수 생산
포트육묘법으로 2기작 생산…기능성 제품도 개발 

전국방송에 수차례 소개 
원연호(54) 씨는 소초면 흥양리 4만여㎡에서 옥수수 농사를 하고 있다. 농사를 시작할 당시 약 800㎡에서 재배했는데 지금은 320배나 재배면적이 늘었다. 한해 벌어들이는 조수익이 1억원 가량 될 정도로 옥수수로 대박이 났다.

그가 반장을 맡고 있는 흥양찰옥수수작목반은 14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주 연령층이 60대 후반에서 70대임에도 연간 4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KBS를 비롯한 전국 지상파 3사에서도 작목반의 성공담을 수차례 방영했다.

평범한 시골 농부에서 전국적인 옥수수 대가가 되기까지는 한 우물만 팠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포트육묘 재배법을 개발한 원연호 씨. 덕분에 원주에서도 안정적인 옥수수 2기작이 가능해졌다.

옥수수 재배는 '효심' 때문 
원 씨는 처음부터 농사꾼이 아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곧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원주자유시장 변전실에서 전기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부모님은 소초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고 시장에다 내다팔아 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 앞은 행상이 많아 노점 단속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원주시에서 노점단속을 하지만 당시에는 원주자유시장 직원들이 단속했다. 원 씨는 어머니의 노점을 동료직원들이 단속하는 것을 보면서 농사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어머니가 조그만 함지박에 옥수수를 담아 시장 앞에서 팔았는데 단속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일을 그만두고 옥수수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소초면 흥양리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흥양초등학교 앞 사거리 인근에 800㎡ 크기의 밭이 있었는데, 처음엔 옥수수 재배 뿐만아니라 판매에도 애를 먹었다. 농사는 서툴고, 힘들여 재배해도 살 사람이 없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흥양초등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찰옥수수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길거리 판매가 행인들로부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원 씨는 "판매가 될지 반신반의 했는데 의외로 잘 팔렸다"며 "작목반을 결성해 규모를 키우고 널리 홍보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흥양리 옥수수 농가들을 중심으로 흥양찰옥수수작목반을 구성했으며, 10농가가 참여했다.  

원주 최초 2기작 성공 
원 씨가 옥수수 농사에 뛰어든 건 1998년이었고, 작목반은 6년 후 결성됐다. 작목반을 조직할 당시에는 옥수수 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었던 것이다. 원 씨는 옥수수가 3월 말 파종해 7월 중순 수확하기 때문에 7월에 다시 심어 2기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만해도 옥수수 2기작을 하는 농가는 원주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2기작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생육이 부진하고 고사하기 일쑤였던 것. 옥수수 나무 그늘에서 자란 여린 새싹들이 1기작 수확이 끝나고 강한 햇빛을 받자 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년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후 포트육묘 기술을 개발했고, 이로 인해 안정적인 2기작 생산과 수확이 가능해졌다. 

▲ 흥양찰옥수수 만남의 날 축제

흥양찰옥수수축제로 인지도 상승 
2000년대 초반 옥수수를 30개들이 한 박스당 1만원에 판매했지만 당시 홍천에서는 1만2천원을 받고 있었다. 원 씨는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소득에 보탬이 안 되면 헛 고생하는 것과 같다"며 "옥수수 축제를 통해 가치를 홍보하고자 회원들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시 도내에서 가장 유명했던 홍천옥수수 보다 흥양찰옥수수를 더 널리 알려야 겠다는 일념에 작목반원들과 같이 흥양찰옥수수축제를 계획했다. 축제를 열자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도 재고가 남던 것이 이제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흥양찰옥수수 만남의날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2기작으로 수확된 옥수수 판매가 문제였다.

원 씨는 "당시 2천500평에서 옥수수 2기작을 했는데 가을에 생산된 옥수수 판로가 막막했다"며 "옥수수축제를 통해 알게 된 손님들, 기존 고객들, 시청 공무원, 심지어 사돈에 팔촌까지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수확도 문제였다. 추석날 온가족과 친척들이 수확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옥수수는 수확 적기에서 하루만 지나도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때 수확하지 못하거나 판로가 없으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하지만 옥수수축제를 통해 알게 된 고객들이 흥양찰옥수수 맛에 반해 재구매가 이어지며 재고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 

▲ 소초면 흥양리 찰옥수수 단지

품질개선 노력이 인기 비결 
흥양찰옥수수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끄는 비결은 친환경농업 덕분이다. 대부분 옥수수 농가가 화학비료를 사용해 옥수수를 재배하지만 흥양찰옥수수작목반은 퇴비를 사용한다. 옥수수는 수확하는 순간 당분이 전분으로 바뀌어 단맛은 사라지고 퍽퍽해진다.

그러나 퇴비를 쓰면 전분화가 늦어져 2~3일 늦게 쪄도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원 씨는 "퇴비를 사용하면 미량원소가 포함된 미생물이 옥수수 생장을 강화시킨다"며 "이 때문에 병충해 예방은 물론 품질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더구나 퇴비를 사용한 가을 옥수수는 여름과 달리 당도가 3~4일간 지속돼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전국 소비자들이 흥양찰옥수수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홍천 옥수수보다 가격을 덜 받고 판매했지만 지금은 30개들이 한 박스당 2만4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홍천이 1만8천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6천원 가량 가격이 높다.  

포트육묘 재배법도 품질 향상에 일조했다. 3~4명이 옥수수알을 일일이 파종했을 때 3시간 걸리던 파종작업이 포트육묘 방식으로는 2~3명이 1시간30분에 끝마친다. 또한 맨손 작업에 비해 포트육묘 재배방식은 옥수수 생장속도를 일정하게 맞춰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원 씨는 "예전에는 옥수수가 익었나 안익었나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면서도 "옥수수 생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은 그 만큼 관리 손길이 덜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노동력 절감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흥양찰옥수수작목반은 고령화로 인해 옥수수 재배면적이 14㏊에서 10㏊로 감소했지만 연 조수익은 4억원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
 

▲ 신품종으로 기능성 상품 개발

기능성 옥수수 제품 개발 목표 
편의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옥수수 수염차는 중국산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다. 중국산이 0.5%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전 6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1년 전국의 옥수수 재배농가가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높은 수치이다. 원 씨도 이런 점을 착안해 기능성 옥수수 재배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2개 품종을 시험재배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옥수수 대를 이용해 차 음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원 씨는 "시험재배하는 옥수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월등히 많다"며 "0.5%의 중국산 옥수수로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을 벌어들이지만 우리는 그 보다 영양성분이 월등한 차를 개발해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