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37) 씨는 '북파공작원 출신 파이터'로 널리 알려진 종합격투기 선수였다. 게다가 선수로 활동할 당시 교육청 운전직 공무원으로 원주청원학교와 지정초교 운전기사로 근무해 지역에서 유명했다.  

그런데 김 씨가 3년 전부터 고물상으로 일터를 옮겨 화제가 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격투기 선수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운전직 공무원이었지만 부친이 운영하던 고물상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김 씨는 속초에서 북파공작원으로 복무하다 제대 후 2004년 격투기를 접하게 됐다. 로드FC 대표이자 원주팀포스 관장인 정문홍 대표가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격투기 훈련을 했으며, 2009년 일본 격투단체인 M1에 데뷔해 주니어스모세계챔피언 출신인 일본 선수에게 KO승을 거두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2011년 케이블채널 XTM이 방영한 격투기 선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주먹이 운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 씨는 북파공작원 출신 이외에도 '원주청원학교 운전기사', '고물상에서 다져진 근력' 등으로 주목받았다.  

김 씨는 2011년 7월 열린 로드FC 3회 대회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이한근 선수에게 패했으나 김 씨보다 한 수 위로 평가를 받던 차인호 선수, 이둘희 선수를 연이어 꺾었다.

승승장구하던 김 씨는 로드FC 미들급 초대 챔피언 오야마 슌고에게 아쉽게 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는 2012년 6월 '야수' 밥샙과 만나 무려 62㎏이나 되는 체중차이를 극복하고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격투기 선수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밥샙과의 경기가 마지막 무대였다. 지난 2013년 10월 아버지에게 닥친 사고 때문이었다. 고물상을 운영하던 부친 김영성 씨가 집게차를 몰다 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것.

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1년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 때문에 고물상을 아버지 대신 운영하게 됐다.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자리를 비운 이후 고물상 운영 상태는 엉망이었다.

게다가 아버지의 병원 치료비, 고물상 인건비, 운영비, 부지 임대료 등을 계산하면 운전기사로 버는 수익만으론 감당이 안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김 씨는 2013년 11월 원주교육지원청에 휴직계를 내고 고물상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북파공작원부터 격투기선수, 운전기사, 고물상 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졌고 많은 경험을 했다"며 "힘겨운 날이 많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영양제가 됐고, 앞으로도 값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이달 중순부터 무실동에 위치한 원주팀포스 체육관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느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운동을 시작하고 후배들의 훈련 파트너로 나서고 있다.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격투기 선수로서 재기 여부는 확실치 않다.

또한 김 씨는 올해 말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원주교육지원청에 3년 휴직계를 낸 기간이 종료돼 내년에는 복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고 이후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고물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김 씨가 계속 운영을 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는다면 고물상은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 3년 전처럼 다시 인생의 전환점을 맡게 될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씨는 문막초·중·고를 졸업했으며, 현재 태장2동 삼정백조 아파트 앞에서 승보철강이라는 고철 전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원주시지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가족은 부인 김경애(37) 씨와 1남1녀.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