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WHO(세계보건기구) 헌장의 정신을 존중하며,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도시 원주를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 지난 2005년 원주시가 선포한 'WHO 건강도시 원주' 선언문이다.

원주시는 지난 2004년 WHO 건강도시연합에 가입했다. 이듬해에는 4월 7일을 원주시민 건강의 날로 정하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건강도시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원주시가 건강도시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흡연율과 음주율은 전국평균을 웃돌았고,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국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타 도시에 비해 술·담배를 즐기고, 운동은 안한다는 것이다. 특히 걷기 실천율은 25.9%로, 전국평균에 비해 15%p 정도 낮았다. 한때 원주시는 걷기의 전국 메카로 불릴 만큼 걷기운동이 활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는 그것이 부풀려진 허구였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물론 건강도시는 현재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모든 시민이 가능한 높은 수준의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러나 10년 넘게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건강도시 사업을 진행한 것 치고는 성적이 보잘 것 없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조사뿐만 아니라 원주시가 해마다 이 같은 성적을 받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 

이같이 초라한 성적을 낸 이유는 구체적인 목표 없이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단기, 중기, 장기 과제를 설정하고, 기간별로 원주시민의 건강지표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설정이 전제됐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건강도시 사업은 건강의 날 행사, 평생건강·운동의학센터와 국민체력100 거점체력센터 운영, 건강도시 공모사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도 건강증진과 관련된 많은 사업을 하긴 하지만 타 지자체에서도 진행하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원주시 건강도시 사업으로 특화하긴 어렵다. 이제라도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삶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다. 원주시가 건강도시로 특화돼 원주시민은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원주시가 표현하는 수많은 도시 브랜드 보다 건강도시 브랜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원주시 대표산업은 의료기기산업이다.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기기산업과 건강도시는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곳곳에 공원 조성이 추진되고 있고, 기후변화홍보관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건강도시 사업을 최상위에 놓고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백화점식으로 여러 브랜드를 추구하다보면 정작 알맹이 없는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주투데이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