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열린 상반기 촛불장학회 장학금 전달식.

▲ 이성철 이사장

원주는 도시와 농촌이 조화를 이루는 도농 복합도시이다. 그러나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로 도시화 되고 있다. 또한 교통망 개선으로 인구 유입이 활발하다. 

도시발전과 인구증가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역공동체 문화의 실종이다. 지역공동체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원주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다행히 아직은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마을, 공동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독자여러분의 관심을 기대한다.

재단법인 촛불장학회(이사장: 이성철)는 원주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원주를 이끌어갈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장학재단으로, 지난 1990년 첫발을 내딛었다. 장학회가 설립된 곳은 원주군이었다.

지금의 원주시 문막읍·귀래면·부론면·소초면·신림면·지정면·판부면·호저면·흥업면 등 9개 지역으로 구성돼 있던 원주군은 이농현상과 인구감소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농촌 출신 인재를 육성해 지역 발전을 견인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1989년 발기인 총회를 열고 이듬해 2월 22일 초대 이사장이었던 이돈섭 원주군수를 주축으로 관 주도 체제의 장학회를 꾸렸으며, 같은 달 27일 원주교육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설립 당시 총 자산은 5억4천만원이었으며, 1991년 처음으로 지역 대학생 91명에게 장학금 4천550만원을 전달했다. 촛불장학회는 이후 1995년 원주군과 원주시가 통합되면서 관 주도 장학회에서 벗어나 민간 장학회로 바뀌었으며, 지금껏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임원진들이 장학회를 이끌어왔다.

장학회 상징, 촛불장학탑

"1990년 2월 모두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져 촛불장학재단을 만들었으니 이 촛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원주의 빛이 되리라. 촛불은 제 몸을 녹여 광명의 씨알이 되는 것.

그 아름다운 마음이 펼쳐진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아들, 딸들이 자랑스럽게 다시 태어날까?" 촛불장학회가 장학회 설립과 동시에 소초면 학곡보건진료소 인근에 건립한 촛불장학탑에 새겨진 비문이다. 

촛불장학탑은 읍·면지역 발전을 주도할 향토인재 양성을 위한 뜻을 모아 장학회를 설립한 것을 기념하며 세웠으며, 비문의 글은 작사가인 박건호 씨가 지었다. 촛불장학탑은 시·군 통합 이후 지난 2003년 읍·면지역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문막읍으로 이전을 결정, 문막 농민문화체육센터로 옮겼다. 

1895명에게 장학금 전달

촛불장학회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9개 읍·면지역 대학생 1천895명에게 12억1천890여만원을 전달했다. 읍·면지역에서 6년 이상 학교를 다녔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성적이 뛰어난 대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 2월에는 2016년 상반기 장학금으로 20명에게 100만원씩 총 2천만원을 전달했으며, 하반기에도 2천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장학금 수혜자가 촛불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1990년대에 장학금을 받은 20대 젊은 대학생이 지금은 40대 중년이 되어 촛불장학회에 고마움을 표한 것.

호저면 출신 윤연옥 씨는 원주시내 약국에서 약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2005년 120만원, 지난해 300만원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지정면 출신 이덕원 씨는 지난해부터 매월 5만원을 기탁하는 등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성철 이사장은 "촛불장학생들이 건실히 성장해 이제는 우리를 돕겠다고 나선 것에 감동했다"며 "농촌 학생들을 지역 발전을 이끌 인재로 성장시키겠다는 촛불장학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촛불장학회 기반 닦기까지

촛불장학회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장학회 이사진을 비롯해 지역 주요인사, 기업체 등에서 장학금을 기탁해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장학회를 운영할 수 있었다. 설립 당시 자산은 5억4천만원, 지금은 9억8천만원으로 늘었으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촛불장학회의 운영 취지에 동감하며 온정을 나눴다.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몽원 회장이 각각 1억원, 5천만원을 기탁했으며, 농협중앙회 원주시지부 1억6천만원, 삼양식품 5천만원 등 지역 기업체도 후원했으며, 이 외에도 지금까지 200명 넘게 장학금 명목으로 거금을 쾌척했다. 또한 촛불장학회 발전을 위해 힘쓴 이들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촛불장학탑에 100만원 이상 기탁자 120여명의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촛불장학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축예금 이자율이 매년 떨어지고 기탁자도 줄어들기 때문. 이에 촛불장학회는 지난 2013년부터 이사 1인당 100만원 이상 기탁하기로 하고, 3년간 이사 및 감사 13명이 4천만원을 기탁했다. 

이성철 이사장은 "촛불장학회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임원진을 비롯해 많은 기탁자들의 도움에 힘입어 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장학회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운영 활성화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며, 지역주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촛불장학회 임원 명단

이성철 이사장(문막새마을금고 이사장) 전민식 상임이사(문막읍장) 이창호 이사(법무사) 김영준 이사(원주축협 이사) 이상혁 이사(뜨락농원 대표) 신동훈 이사(원주축협 조합장) 이병철 이사(부론면 단강1리 이장) 정봉주 이사(북부엽연초 생산협동조합장) 최문찬 이사(흥업면 주민자치위원장) 김영준 이사(원주시재향군인회장) 이명빈 이사(치악산관광농원 대표) 이갑수 감사(전 원주서울은행 지점장) 조한식 감사(귀래면 주민자치위원장) 홍종빈 간사(문막읍 부읍장)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