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의 장벽이 마을 원주민이 아니라 귀농·귀촌을 장려해야 할 원주시라는 게 분통이 터집니다".

새싹 전원마을 정비조합 최한규 조합장의 한탄이다. 새싹 전원마을 정비조합(이하 정비조합)은 지난 2010년 농식품부에서 공모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선정됐다. 

지정면 신평리 3만5천여㎡에 124억9천여만원을 투입, 38세대가 입주하는 전원마을과 밀싹 생산단지 및 밀싹 가공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정비조합은 사업 제안서를 원주시에 제출했고, 원주시는 농식품부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당초 계획대로면 작년까지 전원마을 입주를 완료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첫 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전원마을 진입도로 개설문제이다. 원주시는 진입도로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100% 토지보상을 2014년 7월까지 완료하도록 정비조합에 요구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14년 9월 사업중지 처분을 내렸다. 반면 정비조합은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원주시 행정사무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맞섰다. 

또한 원주시가 진입도로 편입부지에 마을주민 A 씨가 3층 건물을 짓도록 허가해 문제를 키웠다는 게 정비조합의 주장이다.

정비조합은 A 씨의 건축계획을 사전에 입수하고 '알박기' 우려가 있다며 원주시에 민원을 냈으나 원주시는 도시관리계획 도로로 지정·고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 신축을 허가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비조합은 작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냈으며, 국민권익위는 작년 10월 정비조합 손을 들어줬다.

국민권익위는 의결문에서 "진입도로 개설을 위해 정비조합이 감정가의 150%를 지불해 69%의 토지를 확보했고, 마을발전기금 5천만원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사업추진 의지가 높다"며 "원주시의 사업중지 처분으로 정비조합이 받게 될 재정적·정신적 타격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주시는 진입도로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위한 추가적인 절차를 주도적으로 조속히 추진해 민원 처분을 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시정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의 시정 권고 이후 원주시는 진입도로를 폭 8m에서 6m로 축소해 추진하기로 했다. A 씨의 건물로 인해 도로 폭을 2m 줄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주민들이 당초 원안대로 폭 8m로 개설할 것을 요구하자 원주시는 또다시 진입도로 개설이 전적으로 정비조합 임무라며 뒤로 빠졌다. 정비조합 관계자는 "우리가 도시관리계획을 지정·고시할 수는 없지 않냐"면서 "원주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착공을 위해 사전에 이행해야 하는 대지조성사업계획 승인에 관해서는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정비조합은 농어촌정비법과 농식품부 신규마을시행지침에 따라 원주시 농정과와 주택과 간 내부협의로 승인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원주시는 정비조합이 대지조성사업계획을 승인 받아야만 공사에 착수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비조합은 전원마을 조성 직·간접 투자비 30억원과 진입도로 보상비 3억원이 투입됐으며, 밀쌀 공동체마을 조성 지연으로 소득기획를 상실하며 약 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최한규 정비조합장은 "우리밀 발상지인 원주에 정착해 원주를 전국 밀싹 메카로 만들고자 사업을 추진했다"며 "더이상 지연된다면 사업을 접고 원주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정비조합이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도록 원주시에서 도와줬을 뿐 사업추진은 전적으로 정비조합 몫이다"고 반박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