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통역사 김운식(38, 단계동) 씨는 수화를 할 줄 모르는 청각장애인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중계통역사 일을 하고 있다.

일반 수화통역사는 수화를 모르는 청각장애인과 대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 씨는 같은 청각장애인이기에 그들이 표정과 몸짓으로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

김 씨는 현재 (사)한국농아인협회 강원도협회원주시지부 원주시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취득자는 전국에 300여명 내외이며, 김 씨와 같이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각 지역 수화교육센터에 1명 씩 200여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특별하고 귀한 직업이다. 

원주시수화통역센터로 접수되는 수화통역 의뢰 가운데 수화를 할 줄 모르는 장애인의 경우 김 씨의 역할이 필요하다. 외부로 통역 지원을 나갈 때면 수화통역사와 함께 현장에 나간다.

김 씨는 수화를 할 줄 모르는 청각장애인의 의사를 수화통역사에게 전달하고, 수화통역사는 그 내용을 다시 제 삼자에게 말로 전달하는 식이다. 반대로 제 삼자의 말을 청각장애인에게 전달할 때에도 수화통역사가 김 씨를 거쳐 전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수화를 모르는 청각장애인과 '자연수화' 또는 '생활수화'라고 일컫는 비공식 수화인 '몸짓'으로 소통한다. 그러한 몸짓은 보통 비청각장애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표현이 많아 수화통역사가 통역해내기 어렵다.

수화를 모르는 청각장애인 중에는 노인들이 많다. 과거에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거나 수화를 창피하게 여겨 수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고, 노인성 청각장애나 난청, 후천성 청각장애 초기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도 수화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김 씨는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고마운 존재다. 

김 씨는 농아인 상담과 수화교육 강의도 맡고 있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화교육도 진행하는데 외국어 교육과 비교한다면 비장애인에게 김 씨는 '원어민 강사'라고 할 수 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김 씨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나 특수학교인 대구영화학교 고등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장애인직업전문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배워 서울에서 관련 직종에 종사하기도 했으며, 대구미래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에서 사진 전공으로 학위를 수료한 뒤 사진관에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갖고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고, 임금체불 등의 부당한 대우까지 받게 돼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 김 씨는 경북농아인협회에서 공공근로를 하게 된 인연으로 경북구미수화통역센터에 입사했고, 다른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지난 2008년 원주시수화통역센터에 오며 원주에 정착했다.

그는 농아인협회 수화통역센터에서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일을 해오며 6년 전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사학위를 취득할 만큼 일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다.

어느덧 청각장애인 통역사로 일한지 10년이 된 김 씨에게 힘든 점이란 한 가지다. 청각장애인을 돕는 일에 더 많이 봉사하고 싶고, 행정업무처리 등 주어진 일에도 더욱 충실해야한다는 고민.

그래서 김 씨는 언제나 하루가 바쁘지만 지금의 일에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정보를 알지 못해 소외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에게 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간단한 영어를 익히고 있는 것처럼 많은 비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수화를 많이 배운다면 청각장애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김 씨는 농아인자전거동호회 데프로엠 회장을 맡고 있으며, 농아인사진동호회 데프출사코리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취재 통역: 원주시수화통역센터 조준희 비상근 수화통역사)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