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11시. 중앙시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따뜻한 사연과 7080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시간은 중앙시장 보이는 라디오 금요일 DJ인 백영호(71) 씨가 마이크를 잡는 시간이다.

길을 가던 시민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무료함에 지친 상인들 얼굴에 화색이 돋는다. 살아가는 이야기, 배려하는 이야기, 때로는 날선 쓴소리가 시장상인들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백 씨는 스스로를 철부지라고 했다. 인생 황혼기로 접어들면 다 큰 자식 걱정에, 손자손녀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녀는 20대 봄 처녀 마냥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백 씨는 "거울을 보면서 '나는 멋진 사람이야' 라고 자주 되뇌이는데 그런 생각들이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만든다"며 "철없이 사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젊게 봐주시는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시장 상인들이 힘을 북돋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살아오면서 겪은 재미난 이야기나 상인들이 들으면 참고할 만한 이야기,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방송 소재이다.

그녀가 해외를 여행하며 느꼈던 활기찬 전통시장 이야기, 주부 9단인 그녀가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을 더 선호하는 이야기 등은 상인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백 씨는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전통시장의 매력은 상인과 손님 간의 따뜻한 스킨십"이라며 "상인들에게도 손님이 오면 단순히 '뭐 드릴까요'가 아닌 '추우시죠, 몸 좀 녹이시고요, 뭐가 필요하시지요?' 라고 인사하라고 조언하는데, 불경기로 모두가 힘겨울 때 방송으로나마 따뜻한 기운을 상인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통시장 상인들뿐만아니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이나 소년원 촉법소년들, 또래 노인들을 위한 봉사로 하루를 바쁘게 산다. 사실 전통시장 상인들은 그녀의 관심 레이더에서 한 켠을 차지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백 씨는 "도내에서 원주가 이혼율이 가장 높고, 학교 밖 아이들도 가장 많은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할머니들이 간식을 만들어주고, 말벗도 해주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청소년보호연맹 강원연맹장으로 일하며 13년간 소년원 등에 짜장면·탕수육 봉사, 상담 봉사 등을 해오고 있다. 이 외에도 매주 목요일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아침8시30분부터 밥과 반찬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집에서는 공주처럼 사는데 밖에서는 무수리가 된다"며 "남편을 비롯해 자녀들이 묵묵히 도와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백 씨는 중앙시장 라디오 방송을 하며 지역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당선만 되면 코빼기도 안 보이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피붙이마냥 찾아와 손 붙잡고 인사한다"며 "경기가 어려워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이나 원주시장이 자주 전통시장을 찾아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씨 방송은 금요일 오전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며, 인터넷에서는 세이캐스트 '중앙시장미로방송'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