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시평 필진으로 참여하며 주민자치 실질화와 생활화를 꾸준히 얘기했다. 이제는 정치를 준비하고 시작하려는 분들께 주민자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원주시 갑선거구 후보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자치 대담·토론회가 있었다. 각 후보들의 주민자치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음은 후보자들의 의견을 간추린 것이다.

김기선(새누리당)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된 지 20년 됐지만 제도적·관행적 요인, 운영 미숙 등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가 주민자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기 위해 더불어 사는 마을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의제다.

제도적인 틀이라 하는 것은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읍면동별로 주민자치센터를 설립한 정도밖에 갖춰져 있지 않다. 시장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면, 읍면동별로 예산을 주고, 주민자치가 주체가 돼 우선순위를 정해 각 제반 현황들을 통해 집행하면 주민자치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실험이 될 것이다.

권성중(더불어민주당)

지역발전을 위해선 주민자치가 확대돼야 한다. 주민자치기본법이 만들어져 주민자치 권한들이 실질적으로 주어져야한다. 주민자치위원들도 마을공동체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하면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에 들어섰다.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라는 책에서 앞으로는 성장하는 것보다는 공유, 협력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마을공동체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들과 작은 것부터 나누고, 공유하고, 계획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원주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자치는 형성돼 있지만, 주민자치는 안 돼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주민자치기본법을 입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수정(국민의당)

오늘 놀랐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주민자치를 할 때 조세권과 형벌권이 있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다. 왜 우리가 몰랐을까? 

미국 헌법에 보면, 이미 200년 전부터 저항권이 있었다. 권력자의 뜻이 주민과 합치하지 않으면 언제든 주민이 나서서 그 권력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없다. 미국에는 200명, 300명 되는 시(市)도 있다. 원주에서 300명이 넘는 비두리 시장, 문막시장, 이렇게 돼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작된다. 또 교통사고 났을 때 승복하는 사람 있나? 없다. 이유는 우리의 정서와 다르게 만들어진 법이 그 배경이다.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재판을 하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통탄할 일이다. 첫째, 재판권을 돌려받자. 지방법원장은 우리가 뽑자.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야 진정으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조세권을 일부 우리에게 줘야 한다. 그것이 확립되면 주민들에 의한 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

최석(정의당)

지방자치가 21년 성년을 맞이했지만, 주민이 사라졌다. 관료만 남았다. 민주성은 사라지고 효율성만 얘기한다. 지방자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망가졌다. 지방자치가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인구, 기업, 대학이 모두 수도권으로 몰려서다.

원주는 지금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다. 원주는 그 특혜를 받고 있다. 원주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를 다시 지역으로 옮기는 거다. 대한민국 청년 53%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방대 나온 대학생이 공무원 공부하러 서울로 간다. 어르신이 아프면 가는 곳이 서울이다. 지방자치는 바로 태어나서 자란 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것, 그게 바로 지방자치다. 원주가 필요한 것도 지방자치다. 제가 갖고 있는 정책이 많이 있다.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민자치 활성화에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이제 꾸준하게 정치권을 두드려 주민자치 실질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주민들이 동네를 이끌어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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