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구룡사 입구 한지공예관에서는 요즘 특별한 전시회가 열려 이목을 끌고 있다. 화사한 색을 입은 꽃과 새들로 가득한 전시장에는 유난히 어르신 관람객이 많다.

노모를 모시고 온 중년부부가 있는가 하면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일가족이 함께 전시장을 찾기도 한다.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밑그림에 색연필을 사용해 꼼꼼히 색을 채운 그림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김양희 할머니 때문이다. '96세 김양희 할머니 색칠그림전시회'란 타이틀처럼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모두 올해 96세인 할머니가 직접 그린 것들이다. 

할머니가 가족들의 권유로 색연필을 손에 잡은 기간은 1년 반 남짓이다. 셋째 며느리 김문정(조각보 명인) 씨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그림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도 놀랄 만큼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그 연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놀랍지만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그림을 그릴 때면 자세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올해 9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지경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치매예방을 위해 권유한 그림 공부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할머니의 표정을 보면서 가족들이 전시회까지 준비하게 됐다. 

"전시회 계획을 알고난 후에는 어머니가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더 열심히 준비하셨다"고 밝힌 넷째 딸 이숙영(58·지박사막국수 대표) 씨는 "어머니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준비한 전시회지만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의 어르신들에게는 어머니의 그림과 전시가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어머님의 그림을 보면서 힘을 내시라고 부모님을 모시고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지공예관은 관람객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12일까지로 예정했던 전시회를 오는 26일까지 연장했다. 

아직도 딸이 운영하는 식당일을 도울 만큼 정정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는 김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허전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나 하나 완성하는 재미가 있고, 그림을 그릴 때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며 곱게 센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으로 그림 예찬론을 편 할머니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림을 그릴 생각이고 전시회도 계속 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