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황명흠(55) 위원장은 봉사자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봉사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농사철에는 새벽운동 삼아 새마을회 옥수수밭을 메고, 저녁마다 취미활동처럼 봉사연주를 위해 악기를 연습하죠. 주민들끼리 한 달에 한 번 빵을 만들어 지역 내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주면서 일부러 거창한 시간을 내기보단 일상 생활속에서 즐기면서 돕는 거에요"

지난 10년간 새마을회에서 활동하고 올해부터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맡게 된 황 위원장은 대부분 단체마다 비슷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일산동만의 특별한 봉사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행사 때마다 공연팀을 부르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2014년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새마을회 회원들과 SMU 락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황 위원장이 단장을 맡은 6인조 공연봉사 밴드는 관내 25개 읍면동 중 유일한 락밴드로 당시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SMU 락밴드는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공연한다는 봉사정신으로 의미있는 연주를 이어갔다. "당시 색소폰에 입문한지 6개월 정도 된 상황에서 패기 넘치게 회원들을 모아 밴드활동을 시작했어요. 각자 오합지졸의 연주실력이었지만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전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당당하게 활동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산동 내 독거노인 경로잔치, 걷기행사 뿐만 아니라 타 읍·면·동은 물론 새벽시장 개장행사 등 굵직한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지난해에는 봉사시간 500시간 누적을 인정받아 원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단체봉사 우수상을 수상했다.

황 위원장은 매달 2~3회 찾는 요양원 공연은 특히 신경을 쓴다. 그는 어르신들과 함께 춤과 노래를 즐기면서 몸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계시는 분들도 박수를 쳐주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밴드공연은 모두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각자 사비를 들여 교통비와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 시간·경제적 부담을 묻는 질문에 "밴드활동을 통해 단원들이 더 만족감을 느껴요. 다들 직업을 갖고 있으니 매일 저녁 시간되는 회원들끼리 모여서 퇴근 후 취미생활처럼 즐기면서 하는거죠."

올해부터 일산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게된 황 위원장은 새로운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매달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면서 이야기도 나누는 빵 나눔 활동이다.

지난 달 지역 내 사회단체로부터 소정의 재료비를 지원받아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원주지구협의회에 있는 빵 만드는 기계를 빌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직접 빵을 만들면서 정성을 쏟는 활동이라 받는 어르신들은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봉사자도 빵 나눔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일산동 빵 나눔 활동은 강원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지원금으로 하반기부터는 월 2회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일산동 새마을문고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주민센터에 주민들을 위한 북카페를 열 예정이다. 도서와 함께 빵 나눔 활동에서 만든 빵을 북카페에도 제공해 주민들이 오가며 책과 다과를 즐기고, 대화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일상생활처럼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건 봉사활동에 대한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 황위원장은 "대상자 뿐만 아니라 봉사자도 즐길 수 있는 활동들로 모두가 즐겁게 봉사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